여야 강성기류속 대화 모색

이홍구신한국당대표의 16일 기자회견으로 정국은 대화냐 대결이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그러나아직은 여당이 강성기류를 바탕에 깔고 있고 야당도 장외투쟁 선언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등 대결국면 양상이 더 강해 당장 대화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다만 여야가 같이 대화의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고 여론도 대화를 촉구하고있어 극한대결 또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 같지는않다.

야당측 요구를 극히 일부분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정치적 대화를모색하겠다는 이대표의 대화론에야당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자칫 이대표의 제안처럼 아무런 전제없이 대화에 나섰다가 여권의 밀어붙이기식 강경대처에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각도로 여권의 본심(本心)파악하기에 분주하다.

○…이대표의 회견이 있은 직후 서청원총무는 "야당은 어떤 이유로든 대화를 거부해서는 안된다"며 즉각 야당 총무들과의 접촉에 나설것임을 밝혔다. 총무접촉을 통한 3당 3역회담의 성사, 그리고 여기서 이야기가 잘 풀려나갈 경우 영수회담을 건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서총무의 이야기는여권의 대화 제의를 제스처로 인식하고 있는 야당측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으로 분석된다.

법 재개정의 문제에 있어서도 이대표는 "재개정할 의사가 없다"고밝혔으나 일문일답에서 "이런입장을 야당측에 강요하지는 않겠다"고 말해 재개정문제까지도 대화의 재료로 삼을 수도 있음을이야기했다. 서총무도 같은 말을 했다. 야권에서 "대화의 자세가 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것을 의식하는 말이다. 이완구대표비서실장도"만약 야당이 대안을 제시할 경우 노동법문제도 자연스럽게 논의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이같은 기류를 뒷받침했다.

신한국당 일각에서 날치기 기습처리를 한 장본인들로서 재개정 용의를 미리 밝힐 수는 없는 것이고 설사 재개정 불가를 천명했다고 해도 대화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재개정이야기가 나오고 이를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겉으로는 요지부동처럼보이는 재개정 불가의 방침은 신축성을 가진 것이라고 볼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권의 기류는 아직 강성이다. 여권핵심부와 교감을 갖고 있는 강삼재사무총장은아직"시행도 해 보기 전에 재개정을 한다는것은 말이 안된다"며 재개정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있다.

따라서 대화의 물꼬를 트기에는 사전 분위기 조성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여권내부에서 조차 나오는 지적이다.

이같은 부족함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신한국당 내에서는 "이제 공이 야권으로 넘어간 상태"라는 것이 중론이다. "여야합의 처리를 못한 것이 유감"이라고 이대표가 회견에서 밝힌 것도 국민을 상대로 한 발언이기도 했지만 야당을 의식한 발언으로 야당측에 대화의 장에 나오도록 하는명분제공의 측면도 없지 않다.

○…국민회의와 자민련등 야권은 신한국당 이홍구대표의 연두회견을 계기로 한 여권의 대화 제의에 대해"실효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강력 거부, 당분간 양측간 대화가 힘들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야권은 여권의 대화 제의를 계속 거부할 경우 노동계 파업의 장기화 등 정국혼란을 부추긴다는 비난여론에 몰릴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어 여야간 접촉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없는 상황이다.

대화 제의에 대한 야권의 거부 입장은 이대표의 연두회견에 대한 역제의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즉 노동법과 안기부법의 재심의,여야 영수회담보장, 파업노동자에 대한 경찰력 투입중지 등 3개조건을 신한국당측이 수락하는 것을 전제로 총무회담을 열 것을 제의했다. 이대표가 회견에서"우리당은 현 시점에서 노동법을 재개정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다"는 노동법 재개정 불가 방침과는 정면배치되는 셈이다. 자민련 안택수대변인은"노동법을 재개정할 의사가 없다"고 전제한 뒤이대표의 3당 3역회의를 제안한 것은 대화제스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같은 강경입장의 연장선상에서 야권은 당초 일정대로 17일오후 국회에서 비상시국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데 이어 18일 노동법 무효화 1천만명 서명운동, 20일 옥내규탄집회 등 대여 장외투쟁 일정을 강행키로 했다.

그러나 신한국당의 서청원 총무가 16일 양당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총무접촉을 제의한 것을 계기로 대화 거부 정국에 숨통이 트일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자민련 김종필총재도 이날 서울 양천갑지구당개편대회를 통해 노동관계법을 재심의할 임시국회 소집을 제의하고나서 여야 총무간 회담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회의 박상천총무는"17일중 자민련 이정무총무와의 협의를 거쳐 서총무의 대화 제의에 긍정적인 요소가 있으면 당에 총무접촉을 건의할생각"이라고 대화 재개도 가능함을 시사했다. 더욱이총무회담 제의는 앞서 국민회의측에서 신한국당측에 제의한 적이 있다.

이총무도"현 상황에서는 총무간 대화할 이유가 없다"며"섣불리 대화에 참여하게 되면 여권측 의도에 말려들어 노동법이 개정된 현 상황을 기정사실화 해 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그러나 그는"당 지도부와의 협의를 거쳐 총무회담 제의에 대한 당의 최종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지만 회담 재개를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없다"고 말했다.

〈李東寬·徐奉大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