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개정에 반발한 노동계 총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현장 근로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있다. 이같은 불안감은 불황심화와 맞물려 중소기업인, 가정주부 등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보는 노동자, 기업인 등 각계의 목소리를 통해 실타래처럼 엉킨 총파업의 해법과 올해 산업현장의 양상을 가늠해본다.
생산직 근로자 희망은 없는가
신창조씨(32)는 달성군 논공면 대동공업에서 8년째 일한 콤바인 조립파트 리더.월급 1백5만원 정도인 신씨의 꿈은 8개월된 아이가 철들기 전에 내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푼이 아쉬운 신씨가파업대열에 선 것은 개정 노동법으로는 내집마련의 꿈이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변형근로제로 연장근로수당을 못 받으면 당장 월급에서 30만원 정도가 깎여버립니다" 신씨는"회사 간부들마저 남몰래 노조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과연 몇%%의 국민이 개정 노동법에 찬성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대립이 한달에 이르고 있다. 파업 초기부터 공권력 투입과 강경대응을 고집하던 정부는 뒤늦게 21일 여-야 영수회담을 갖기로 해 사태해결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한다.
계명대 모교수는"노동법 개정-경제회복-근로자 생활향상으로 이어지는 정부의 논리가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무엇보다 국제경쟁력 강화의 주역이 돼야 할 현장근로자들의 사기가떨어진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제 도입으로 근로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정부의 예측보다 훨씬 높고,이는 곧 사업장 사기저하를 초래, 생산성 하락으로 인한 막대한손실을 낳을가능성이 크다는 것.
어둑한 3공단 퇴근길에서 만난 윤용선씨(34)는 노동법 회오리에서 비켜나 있었다. 섬유업체에 9년째 근무한다는 윤씨는"변형근로제가 뭡니까"라며 되물었다.
직원이래야 50명 남짓한 회사에 노조조차 없는데다 TV·신문조차 잘 안보니 새노동법이 도대체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한참동안 동료와 대화를 나누던 윤씨는"그러면 특근수당 자체가 없어지는게 아니냐"며 침통해했다. 요즘은 물량이 없어 특근이 주는 바람에가뜩이나 살림살이가 빡빡한데 월평균 20만원이 넘는 특근수당이 사라지면 어떻게 사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윤씨는"정부에서 근로자들이 죽도록이야 하겠느냐"며 애써 표정을 되찾았다. "대통령 선거때도 지난 총선때도 여당을 찍었는데…"말끝을 흐리던 윤씨는 보완책으로 나온게 있는지 자꾸만 물었다.
우리 나라 근로자 대부분은 윤씨처럼 개정노동법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법을 개정한 정부와 신한국당은"개정 노동법의 홍보가 잘 안됐다"고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한층심각한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근로자를 위한 보완책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근로자들은'개정 노동법으로 경제가 회복돼 누리는' 혜택은커녕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생활고 걱정이 눈앞에 있다.근로자들의 주장은한결같았다.
"개정노동법을 철회하든지, 누구든 공감할 수있는 보완책을 마련하든지, 근로자들을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타협적인 자세를 보이라"는 것이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