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문화도시인가-파벌…파벌

'둘이 만나면 뭉치고 셋이상이 모이면 파(派)를 만든다'.

다른 예술인들과 경쟁단체의 작품및 활동, 예술성을 좀처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은채 학맥(學脈)과 친소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형성된 파벌의식은 '나와 우리만이 최고'라는 편견과 악순환의 고리를 연결해가며 대구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좀먹고 있는 '악성 바이러스'다.일례로 '구상도 못하면서 현대미술을 하느냐', '구상작품도 미술작품이냐'는 식의 구상·비구상미술계간 뿌리깊은 반목은 장르를 넘어선 최소한의 예술적 교감마저 차단해온 대구 예술계의 파벌주의를 적나라하게 대변하고 있다.

화가들의 경우 단체·그룹전에서 자기보다 작품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다른 작가와 함께 전시하길 좀체 꺼리는가 하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작가의 전시회엔 아예 발길을 끊는 비문화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몇몇 화랑은 예술 공유 공간이라기보단 특정 작가들만 맴도는 폐쇄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일부 미술인들은 학연과 활동장르를 중심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고 공적쌓기에만 급급, 미술계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높다.

미술평론가 신용덕씨(계명대 강사)는 "예술은 기존의 흐름과는 다른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라며"다양한 국내외 예술경향과 정보를 보여줄 수 있는 교육체계와 장(場)이 전무한 대구 미술계는새로움에 눈뜨지 못한채 스승의 화풍만을 답습하는 아류를 양산, 세력화하는 도구일뿐"이라 비판한다.

음악의 경우 그간 대구시향의 2~4대 지휘자는 물론 시립오페라단과 합창단 지휘자를 독점 배출해온 계명대 음대가 대구 음악계의 실권을 거의 장악해왔으나 최근 영남대와 경북대 음대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각 대학 학연과 인맥을 중심으로 한 작곡·합창계 헤게모니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지역 문단의 파벌양상도 장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 특히 시의 경우 '대구시인협회' '오늘의 시' '시와 반시' 동인등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반목하고 있는데다 하나의 단체와동인을 강요하는 '지조론'을 고수, 시문학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여영택 문협 지회장은 "비슷한 문학관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는 것을 반드시 나쁘다고 폄하할 수는 없지만 모임 자체가 자유로운 비평기능을 가로막는 폐쇄성을 지니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꼬집는다.

본사가 대구시민 6백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구를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해야할 시급한 사항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전체 응답자 5백92명중 40%%인 2백37명(중복응답)이 '문화예술인들의 자각과 노력(적극적 활동)'이라고 응답, 대구 문화발전을 위한 예술인들의 역할이막중함을 시사하고 있다.

창작활동은 뒷전인 채 선후배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며 편가르기를 조장하는 예술계의 그릇된 풍토와 조금만 '색'이 달라도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시(斜視)적 편견을 떨치지않는 한 망각한예술가의 본분에 대한 대구시민의 질타가 이어질 것임은 자명하다.

〈金辰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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