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오피스텔 지하벽붕괴 후유증

"이건 사람 사는게 아닙니다. 다 큰 자식들, 부모님과 함께 여관방에서 지내려니 너무 불편합니다. 식사는 말할 것도 없고 속옷도 못 갈아입었습니다"

18일 밤 벌어진 대구시 북구 복현동 오피스텔 지하벽과 연립주택 주차장붕괴사고로 졸지에 거리로 나앉은 16세대 주민 60여명은 여관생활이 몸에 익지않아 마음고생이 심하다. 가져온 것이라곤필요한 옷가지 몇 벌뿐. 궁색한 가재도구로 살림을 차려놓고 보니 피난살이가 따로 없다.여관생활의 불편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장사 안된다"며 문전박대하는 여관주인을 보면 울화가치밀기도 한다. 주민들은 20일 열린 주민대책회의에서 마침내 분노를 폭발시켰다. 사고발생 이틀만에 나타난 (주)서광산업 관계자는 "형편을 모르니 원하는 걸 알려달라"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은 "더 말할 가치도 없다"고 고함치며 대화를 중단해 버렸다.

"28세 된 큰 딸만 친구집에서 지내고 장모님과 처자식을 합쳐 5명이 한 방에서 먹고 잡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직장에도 못나갑니다"

나동 101호 이종윤씨(51)는 누구에게 하소연할 길조차 없어 더욱 화가 치민다. 사고 첫날 대책상황실을 꾸미고 난리를 피우던 북구청 직원들은 얼굴보기도 힘들다. 20일엔 대책상황실마저 철수해 버렸다.

고3 딸을 둔 한 주민은 갑작스런 생활환경 변화가 감수성 예민한 딸에게 영향을 줄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가동 502호 박정현씨(49·여)는 "딸이 주차장붕괴장면을 본 후로 충격을 받아 밥도 제대로 못먹고 앓아누웠다"며 "날씨도 춥고 사는 곳마저 불편해 병이 덧나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말했다.

"설은 다가오는데 설날까지 여관방에서 지내야 하는 건 아닌지…" 연립주택주민들의 시름은 이렇게 하루하루 깊어가고 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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