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다. 차한잔 시켜놓고 둘 셋만 모여도 "나라가 곧망할 것 같지 않으냐"고 근심한다. 외무부의 이민창구는 젊은 나이에 감원당했거나 아직은 쓸만한 명예퇴직자들이 각 직장에서 당했던 '존재의 가벼움'에 치를 떨며 수속을 밟느라 연일 만원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코리아'란 명예 이미 부도
모두가 불길한 징조들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남짓 남겨둔 최근 통치권의 누수현상이거나 레임 덕현상으로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의 망국조짐들이 여기 저기에서 계속 불거지고 있다. 노동법과 안기부법의 날치기 통과가 불러온 근로자들의 파업사태는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가져왔다. 지난해 아세아지역의 4룡중에서 꼴찌를 면치 못했던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파업사태가 해결되기 전에 터져버린 한보사태는 우리 경제를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 금융은 구라파와 미국시장에서 부실로 낙인찍혀 어음을 주고 현찰을빌려쓸수 없게 되었다. 코리아라는 명예는 이미 외국 금융가에서 부도가 나버린 것이다.경향각지의 신문 칼럼들은 최근의 사태들을 국가의 존립에 대입시켜 망국의 예고편을 내보내고있다. 어느 칼럼니스트는 우리나라의 정치및 경제수준 즉 통치기술은 끓는 물의 위험수치인 비등점에 와 있을지도 모른다고 크게 걱정하고 있다. 그는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은(殷)나라 주왕(紂王)을 칠때 민심의 동향을 얘기하면서 사악한 신하들이 횡행하는 것이 1단계요 지혜로운 이들이 나라를 떠날때가 2단계, 백성이 불평도 말하지 않을때를 3단계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지금 우리는 2단계와 3단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나 않은지 심히 불안하다.
*한보사태 지각변동 예고
어제 저녁 뉴스는 YS의 상도동 가신 홍인길의원과 DJ의 동교동 분신 권노갑의원이 한보의 정태수총회장으로부터 각각 7억원과 5억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뉴스화면에 나온 홍의원은 동트기전의 거짓말처럼 받은 사실을 부인했고 권의원은 세차례에 걸쳐 1억5천만원쯤 받았다고 시인했다.
한보사태라는 태풍은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면서 아직 들추지 못한 금융가를 한바퀴 더 돌아 정가를 덮칠 판이다. 국민들은 이 태풍이 YS정권을 흔들면서 나라의 기둥까지 뽑아버리지 않을까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집요했던 대선자금까지도 깔아뭉갠 실력들이 한보태풍쯤은 적절한 시나리오에 의해 잠재울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은나라가 망할때 백성들의 나라에 대한 불신, 바로그것이다.
*불신딛고 명예회복토록
현정권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 옛날이 생각나는 법이다. 경제가 휘청거릴때마다 사람들은 박정희전대통령을 그리워한다. 어처구니 없는 향수지만 "그분이 10년만 더 집권했더라면…"이라는 넋두리를 곧잘 듣게 된다. 한보사태가 터지자 전두환씨와 노태우씨 이야기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웃겠제. 둘이서 웃고 있겠제"등등. 이런 화제들은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생산적이지 못하다. 불신이 부른 향수는 돈없는 귀향이나 진배없다.
현정권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나라와 국민에 대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도 그러하고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도 불신의 수렁에서 빨리 헤어나와야 한다. 그것은 한보사태의 알파와 오메가를 소상히 밝힘으로써 비로소 가능하다. 우물쭈물하거나 축소지향적 수사로 사실을 왜곡할땐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는다.
대단히 죄송한 일이지만 김영삼대통령은 미국의 사회과학자인 피터 드러커가 제시한 '대통령이지켜야 할 6가지 수칙'을 다시 한번 검토해 주기 바란다. 왜냐하면 그 수칙속에는 한보사태를 푸는 열쇠도 물론 있거니와 국민의 불신까지도 해소할수 있는 묘약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수칙을 요약하면, 하고 싶다고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선 안된다는 것이다. 남은 1년이 국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는 긴 1년이 되려면 국민과 하나되는 큰일을 해내야 한다. 그것은 한보사태의전말서를 직접 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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