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한영 피격 대담한 테러 배경

북한 당국은 그들이 일을 저질러 놓고 세(勢)가 불리하면 한국에 그 책임을 덮어 씌우면서 판에박은 듯이 "피에는 피로 응답할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백배, 천배의 보복을 다짐해 왔다.그들의 이같은 협박은 83년 10월의 미얀마(구 버마) 아웅산 폭발테러, 87년 7월의 대한항공기 폭파에서 지난해 9월의 강릉잠수함침투, 최근의 황장엽(黃長燁) 노동당 비서 망명에 이르는 북한 관련 주요사건때마다 상투적으로 반복돼 왔다.

이제까지는 한국내에서의 살인테러를 자행한 경우가 거의 없어 시민들은 그들의 협박이 절실하게피부로 와닿지 않았으나 이한영씨 피습사건으로 그들의 협박이 한국내에서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졌음을 실감케 되었고 특히 북한에서 귀순한 동포들은 제2,제3의 테러 가능성에 커다란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북한이 과연 천백배 보복의 칼을 뽑은 것인가?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이한영씨 테러는 북한의 소행이 틀림없으며 "황장엽 쇼크를 계기로 보복의 칼을 뽑은 것같다"는게 당국이나 북한 생활을 체험한 귀순자들의 공통된 관측이다.황비서의 망명요청 이후 공안당국은 국내 요인의 납치 및 암살을 우려해왔는데사건은 북한측이 '배신자'로 규정하고 있는 귀순자로부터 시작된 것같다.

당국이나 귀순자들은 이한영씨가 작년 2월 성혜림씨 망명 이후 북한 김정일 및 그 체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기 때문에 "테러대상 1호로 선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련벌목장 북한대표부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다가 91년 귀순한 강봉학씨(38·용인읍에서 식당경영)는 16일 "이씨가 그의 저서에서 북한 김정일의 명예와 권위를 짓밟는 대목을 여러번 기술,김정일과 그 일파가 죽여야 겠다는 결심을 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김정일은 자신의 명예와 권위가 손상됐다고 생각하면 무슨 짓이든 하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사회안전부원으로 일한 적도 있다"며 "사회안전부는 김의 명령만 있으면 '목을 따오는것'이 의무"라고 밝혔다.

89년 9월 임진강을 헤엄쳐 건너 귀순한 당시 북한군 소위 김남준씨(36·기아자동차 근무)도 이한영씨를 살해한건 북한측의 소행이라며 "황장엽 망명신청 등 최근의 상황으로 보아 북한측이 귀순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테러를 자행했을 것"이라고 추정, 이번 사건을 북한이 다짐해온 천백배 보복의 구체적인 실례로 단정했다.

이들 귀순자는 "북한의 생리로 보아 제2, 제3의 테러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한국정부에 대해 "귀순자들의 안전과 보호에 좀 더 신경을 써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가 김정일의 55회 생일 전야제가 있은 15일 밤 이한영씨테러가 자행된데 주목하면서 "생일축하로 그들의 배신자를 처단한 것"이라고 지적한대목은 우리 정부의 시각을 단적으로 시사한다.

아직 수사가 진행중이고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황인만큼 성급히 결론을 내릴 입장은 아니지만 이한영씨 테러는 북한의 소행이며 그들이 자주 다짐해온 "천백배 보복의 구체적인 작동"이니 범국민적 경계가 필요하다는게 일반시민이나 정부당국, 북한에서 자유를 찾아온 귀순자들 모두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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