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J 내각제 시사 발언

"후보단일화 관련 미묘한 파장"

내각제에 대한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의 진전된 발언은 야권 후보단일화 여부 등 대선을 앞둔 야권진영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총재는 4일 오전 국민대 정치대학원 초청강연에서 "야권 후보단일화를 실현하기 위해 내각제를해야 한다고 국민이 지지한다면 정권교체 이상 중요한 일이 없기 때문에 내각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총재의 발언을 액면대로 본다면 내각제에 대한 그의 생각에서 별다른 변화를 느낄 수 없다.

그러나 그가 그동안 내각제는 16대국회에서나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보다진전된 의사표시로 풀이되고 있다.

김총재의 발언이 내각제에 대한 방향선회로 해석되자 국민회의 정동영대변인은 김총재와 협의를거쳐 "15대국회에서 내각제를 하겠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김총재의 측근으로 분류되고있는 설훈의원은 "집권하면 15대국회 후반기에 내각제개헌을 하겠다는 뜻"이라며자민련과의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세형총재권한대행의 언급은보다 의미심장하다. 내각제 지지론자로 알려져 있는 조대행은 "주목해서 봐야 한다"며 "야권 후보단일화를 위해 어떤 함축적 의미가 있는지 지켜보라"고 공언했다. 그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자민련과의 야권 후보단일화가 필요하고 단일후보 성사를 위해서는 내각제개헌에 대해 신축적인대응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김총재가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정치권의 시선이 김총재의 발언진의에 모아지자 비주류를 중심으로 한 국민회의 일부에서 대통령제라는 당론과 배치된다며 논란을 제기할 움직임도 일고있다.

자민련의 시각은 보다 전향적이다. 내각제 실현의 청신호라는 것이다. 야권 후보단일화의 필요조건으로 15대국회에서의 내각제 개헌약속을 요구해 온 자민련측으로서는 김총재의 발언을 중대한변화의 조짐으로 받아들였다. "김총재가 다목적용으로 언급한 것 같으나 일단 5월 전당대회를 겨냥한 당내 분위기 조성용"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결국 DJ의 이날 발언이 한보정국이후 한동안의 칩거이후 나왔다는 점에서나 평소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하는 김총재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날 발언은 의도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야권공조속에서 치르는 인천과 수원의 보궐선거를 눈앞에 두고 한보정국이후 다소 느슨해진 DJP공조를 다시 조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김총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15대국회내각제개헌론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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