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무심한 철거반

봄을 재촉하는 부슬비가 내리던 6일 오전10시. 대구시 북구 산격1동 1510번지에 사는 이명규씨(51)는 팔순을 넘긴 노모와 함께 우산도 없이 비를 마냥 맞으며 울고 있었다.

자신의 집이 북구청 철거반에 의해 부서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그러나 한마디 항의조차 하지 못한 채 가슴만 쥐어뜯고 있었다. 이씨가 말을 못한것은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언어기능에이상이 왔기 때문.

이씨 일가가 이곳으로 이사온 것은 70년대 후반.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당시 2백만원을 주고 간신히 비바람만 피할 곳을 찾다 이 집을 마련했다. 1년만 살자던 다짐은 이씨가 뺑소니 사고를 당해 산산히 깨졌다. 그 후 이씨는 말도 못하고 손도 제대로 쓸 수 없게 됐다.

"낮이고 밤이고 일만 했어요. 다행히 삼남매가 공부를 잘해 무난히 대학에 진학했죠. 몇 해만 더고생하면 우리도 살 맛 날텐데…"

이씨의 부인 김점순씨(51)는 "아이들에게 험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모두 다른 곳으로 보냈다"며눈물을 글썽였다. 큰 아들이 아직 대학에 다니고 있어 김씨는 식당, 공장 등 일거리만 있으면 어디든 다니며 돈을 벌고 있다.

"보상금 많이 달라고 떼를 썼다고요? 누가 그런 소릴 합디까? 뒤늦게 나라 땅인줄 알고나서 행여해를 입을까봐 숨죽이고 살았습니다. 이제 우린 어떡하라고…"

20년을 살며 삼남매를 키워온 보금자리가 없어진 이씨 가족은 구청 철거반이 떠난 뒤에도 한참동안 멍하니 먼산만 바라봤다.

"구청에서 그러더군요. 이웃에서 민원이 들어와 철거한다고. 누군지 이름이라도 좀 알려주세요"철거가 끝난 뒤 골목길에 모여있던 20년 이웃들도 이씨 가족을 위로하며 구청의 몰인정한 처사를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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