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 '세풍'-대의멸친

"박창근〈논설위원〉"

솔직히 지금 국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러다가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게 아닌가하는 현실적인 위기의식에 잔뜩 사로잡혀 있다. 현 정권의 실정(失政)을 이러쿵 저러쿵 따질 계제가 아니다. 지금 돌아가는 나라사정이 워낙 급박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끝모를 '현철 파문'

경제 하나만 해도 과연 현정권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을지 도대체 믿을 수 없을만큼심각하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의 근본은 소박하다. 국민들이 편하게 잘 사는데 있다. 그런데 현정권이 집권한이래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느껴본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 수출부진에다 불황의 늪이 워낙 깊어 도산업체가 날로 늘고 있다. 그에 따른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은 생계를 걱정해야할 지경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누려야할 풍요는커녕 불확실한 장래에 대한불안까지 겹으로 느끼며 급급하고 있다.

4년내내 개혁사정이랍시고 두 전직 대통령을 교도소에 보낸것을 비롯 어느 분야 한곳 빤한곳이없을 정도로 칼날을 마구 들이댔지만 결과는 어떤가. 부정부패의 골은 더 깊고 넓어졌으며 개혁사정의 주체들이 오히려 오랏줄에 줄줄이 묶여가는,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 모순을 낳으면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잖은가. 이렇게 허송세월하느라 미처 준비도 없이 밀어닥친 거센 개방물결에 앞으로의 비전도 캄캄할뿐이다.

어느날 갑자기 국가 경쟁력을 거론하며 날치기 통과한 노동법 파동은 비록 재개정됐지만 아직 그불씨가 내연되고 있다. 이 불씨는 앞으로 어떤 위력의 태풍으로 변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상황이다. 사회불안은 어떠하며 국방사정은 또 어떤가. 도처에 치안부재현상들이 속수무책으로 발호하고 있다. 국방문제는 강릉무장공비사건으로 그 허약함이 여실히 드러난바 있다. 도대체 지금까지 정치란 걸한 건지 개혁실세들의 잔치판만 벌인 건지 참으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문제는이 복잡하고 어려운 국사들을 남은 1년동안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 건지에 있다. 국민들은 현정권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곧 불어닥칠 대선(大選)바람이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

거기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거까지 연이어 있을 판국인 만큼 '풍요한 말잔치'에 국민들의 '허기'는 더욱 심화될 판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 정권이 차기정권의 재창출에 실패할 경우에 돌아올 '대가'가 어떤 것인지는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가올 대선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이다.

*이 정권에 무얼 기대하나

국민경제를 돌볼 겨를도 여유도 없는 이유가 이렇게 예진되는 만큼 현정권에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은 거의 없을성싶다. 게다가 한보태풍과 노동법파동의 수습방안이자 남은 1년간의 국정을 맡을새각료와 청와대 보좌진들의 면면을 살펴보라. 현정권이 그 정통성을 전면 부인했던 그 정권에서이미 써본 '과거회귀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정권의 인재난을 여실히 보여줘 더욱 국민들은암담함을 느낀다.

이런 불안속에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파문'은 한보파동밖으로 뛰쳐나와 양파껍질처럼 끝간데 없다. 자고나면 새로운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물증까지 속속 드러나 이 불똥은 어떤 모습으로 어디로 튀어갈지 확산일로에 있다. 지금까지의 보도대로라면 대통령이 아버지였는지 아들이었는지 국민들은 어리둥절 혼란에 빠져드는 듯하다. 정권재창출을 주도했다는 보도에 접하면서 짧은 생각의 우연한 소행이 아니라 먼 장래까지 내다본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통치권을 행사했다는 느낌을받는다. 참 큰일 낼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섬뜩함을 느낀다. 검찰은 여전히 돈을 받지 않았다면 수사의 대상도, 죄도 안된다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가짜 이강석'이후 대통령의아들이 이렇게 온나라를 쑤셔놓은 벌집처럼 벌컥 뒤집어 놓은 일을 우리는 한번도 경험한 바가없다.

며칠전에 했던 대통령의 대국민(對國民)사과발언도 퇴색되고 있다.

*정치권 '결단'있어야

온 나라가 '현철파문'에 휩싸여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자는 건가. 설(說)만으로 청문회 증인으로도 곤란하다는 주장만을 여당은 되풀이하고 있을 건가. 참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다. 이 문제의해법을 제시할 인재가 대통령주변엔 과연 한사람도 없단 말인가. 만약 국무총리의 아들이었다면어떻게 됐을까. 검찰이 죄가 안된다고 해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라도 사임을 했지 않았을까 싶다. OECD회원인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떠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 우리나라의 형편이 대통령의 아들문제로 왈가왈부할 때인가. 나라가 잘못되면 그 피해자는 국민들이다. 야당도 정략적으로 대선의 반사이익만 노릴 일이 아니다. 나라가우선이다. 대통령도 대도무문(大道無門)에 앞서 대의멸친(大義滅親)의 고사를 심각하게 새기지 않으면 아들로 향한 화살이 언제 아버지쪽으로 갈지 모를 예측불허의 국면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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