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가장(家長)으로서 또 한 남자로서의 우리 김대통령의 요즘 심경을 한번 헤아려 보자.
아들은 비리에 연루돼 감옥에 가 있다. 그것도 포승줄에 묶이고 수갑까지 채여 수의를 입고 끌려 가는 모습이 일가친척, 이웃, 온국민 심지어 전세계 TV에 비쳐지며 집안망신을 당할대로 다 당했 다. 아내는 자식의 참담한 모습을 보고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고 있다. 남들이 뭐라든, 법이 어떻든 어머니의 가슴에 담긴 자식은 그런게 아니란걸 잘 알기에 뭘좀 먹으 라고 윽박댈 지아비로서의 기력도 없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말 한마디 눈빛하나에 입속의 혀같이 움직이든 측근 가신들은 바로 자신의 ' 자리'를 놓고 싸움질에 여념이 없다.
주인오리가 다리를 절든말든 오불관언(吾不關焉), 레임덕 현상을 추슬러 드리겠다는 충성은 간데 없어 보인다. 배신당했다는 아픔만 밀려올뿐 징벌의 매를 들기는 커녕 털끝하나 건드릴 힘도 없 어졌다는 자괴감이 가슴을 때린다.
안면을 바꾼 언론은 고양이가 쥐물어 뜯듯 이리 찢고 저리 찌르며 쉴새 없이 흔들어댄다. 한때 잘했다고 추켜주던 공적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안해준다. 절벽을 보는 것 같다. 이 나이에 이러고 도 이 잘난 자리를 지켜야 하느냐는 심정뿐이다. 대선자금이고 한보고 경선이고 생각조차 싫다. 더 이상 사고하고 판단하고 이성을 곧추세워 있기가 힘겹다. 대선자금을 공개하라고? 한마디로 다 귀찮다….
지금 우리 김대통령이 바로 그런 심경일 것이란 짐작을 해 본다. 이해도 해본다. 그러나 '대선자 금 공개 불가'라는 자포자기적 선언에 대해서만은 인간적 이해를 떠나 감정에 흔들린 오판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자금 공개에 대한 분명한 사실은 두가지다.
절대다수 국민이 공개를 바란다는 사실과 공개한다고 해서 5년전 정치적 고비용을 빌미로 세번째 대통령마저 또 감옥에 보내는 것 까지 바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밝히면 그것으로 끝난다. 그 런 아량이 국민들에겐 분명 있다. 운동회 마당 장대 끝에 매달린 대바구니통은 속이 다터져 쏟아 져나와야만 사람들이 다음 경기로 눈을 돌리게 돼있다.
언제까지 목을 빼고 대선자금, 한보비리의 바구니가 터지기를 쳐다보고 있는 국민들을 외면한채 뭉그적거리기만 할건가. 지금은 한시빨리 소모적인 '바구니 구경'을 끝내고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 다음 경기를 위해 뛰어야 할 때다.
대선자금도 따져보면 다 국민들이 표찍어주면서 받아쓰고 나눠쓴 돈들이다. 함께 털어내고 같이 반성하고 더 이상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면 오히려 교훈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리고 지도자는 인간적 번민이나 사가(私家)의 아버지, 지아비로서의 인간적 괴로움에 연연해 흔 들려서는 안된다. 국가의 고민과 국민의 번민을 풀기위해 자신과의 싸움부터 이겨내는 의연함을 보여야 한다.
지금 국민들의 가정도 그다지 편하지 않다. 가장은 실직하고 장사는 안되고 모든 것이 궁색하고 침잠돼 있다. 이런판에 지도자까지 저항적인 오기나 국가경영포기로 오해될만한 자포자기적 감성 에 빠져 어처구니 없는 판단만 내놓게 되면 정치판은 계속 어지러워지고 경제는 더욱더 어려워진 다. 개혁의 용기와 그 패기는 다 어디갔나.
자식에 대한 연민, 가신과 언론에 대한 배신감, 공적을 몰라주는 허탈감, 다 이해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사정수사같은 계산된 듯한 용기가 아닌 자금공개 같은 참용기를 되찾고 냉철한 이성과 대범한 가슴으로 대도무문의 길을 가야한다.
다시 한번 '자금공개'의 충언과 함께 한없이 외롭고 괴롭고 슬프기까지 할 김대통령의 심경에 진 심으로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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