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를 해본 사람이면, 어제 오전 비무장지대에서 있었던 총격전의 실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3분간의 교전이라고 하지만 중화기(重火器)까지 동원된 국지전(局地戰)이나 다를 바없었다. 우리군 초소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는 북한군에 경고방송을 하고 경고사격을 하자 북한군은 조준사격을 해오면서 쌍방간의 대응사격으로 발전한 것이다.
현장상황을 재구성해보면, 중대국면으로 에스컬레이트될뻔한 긴박한 순간이었으나 우리측의 사격중지요청에 북쪽에서 침묵함으로써 소강국면에 들어갔다. 남북의 대규모군사력이 대치하고 있는휴전선은 평소에도 긴장감이 지속돼 왔지만, 이번의 북한도발은 최근의 정세로 미뤄 심상찮다는느낌을 준다.
'인민'이 굶주리고 있고 경제파탄으로 국가체제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는 북한이 왜 무력도발을감행했을까. 정전(停戰)이후 수많은 크고 작은 정전협정위반을 저질러온 그들이지만 이번 사건은70년초의 도발행위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것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우선 레이니 전 주한대사·샘넌 전의원등이 사실상의 클린턴대통령특사자격으로방북하는 시점에 앞서 벌인 계획적인 도발로 보고 있다. 또4자회담 예비회담을 앞두고 긴장을 높임으로써 대미(對美) 대한(對韓)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뿐만아니라붕괴직전의 체제를 내부단속하기위한 고의적 긴장조성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이번 총격전은 다시 한번 북한의 실체를 엿보게하는 계기도 된 셈이다. 그들이 군사분계선너머로14명의 병력을 침투이동시켜 총격전을 유발시켜놓고선 즉각 남측도발로 뒤집어씌운 것을 보더라도 북한의 수법과 속셈을 짐작할 수 있다. 세계도처의 전쟁위험지역에 대한 놀라운 감시장비와기술·정보를 갖고 있는 미국이 북한도발을 경고하고 나선 것도 북측의 상투적 발뺌과 뒤집어 씌우기를 익히 알고 반응한 것이다.
이번 휴전선사건 소식이 전해진 어제오후에도 국민일부에선 여당이 요즘 뭔가 복잡하니까 군사분계선총격전을 과장해서 알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았다. 황장엽씨의전쟁경고회견에 대해서도 사시적(斜視的)이었던 일부 인사들처럼 국민들이 안보불감증이나 국방부의 공식발표에도 불신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실로 유감이다. 너무 호들갑떨 것도 없고 지나친긴장도 금물이다. 비상사태에 철저히 대비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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