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죽기살기식 포항보선전

"죽느냐, 사느냐"

무슨 영화제목같기도 하지만 포항북보선 분위기를 단적으로 표현하기에는 이것보다 더 적합한 단어가 없는것 같다.

이번 보선은 총소리만 없다뿐이지 마치 목숨을 걸어놓고 싸우는 전장을 방불한다. 선거에 이기면살고 지면 죽는다는 식의 구시대적 행태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19일 합동연설회가 열린 포항중학교에는 흥분한 각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여기저기에서 충돌했다. 연설회전부터 시작된 운동원들의 몸싸움이 연설회가 끝난뒤에도 계속됐다. 단상에는 상대후보를 헐뜯는 공방전이 전개됐고 단하에는 선거운동원들사이에 육두문자와 멱살잡기가 난무했다. 경찰관이 운동원들에게 떠밀려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도 여러차례 목격됐다. 선관위직원들이 욕을먹고 몸싸움을 하는 장면도 심심찮게 보였다.

평소 선거운동도 이와 크게 다를바 없다. 흑색선전, 인신공격, 매터도등 예전 낡아빠진 수법이 모두 동원됐다. "모후보의 과거 편력은 이러했다" "모후보는 예전에 핵폐기물처리장설치를 찬성했다"등등. 유인물로 뿌려지고 편지로 날아들었다. 모후보측에서는 흑색선전만 하는 전담팀도 있다고 한다.

포항북구민중에 음식대접이나 금품을 받지 못한 유권자는 '모자라는 사람'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실제로 개고기, 탕수육, 떡등을 얻어먹고 돈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 16일 박태준후보의 명함이 든 돈봉투를 갖고 있던 2명이 민주당원들에 붙잡혀 선관위에 넘겨졌다. 이를두고 한쪽에서는 금권타락선거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작극이라고 했다.

마치 시계바늘을 50, 60년대로 돌려놓은 듯한 현상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게임의 룰이나규칙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후보자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기택민주당총재와 박태준전포철회장이라는 거물 정치인이 출마해 한껏 포항자존심에 기대를 걸었던 시민들은 크나큰 허탈감만 맛봐야 할것 같다.

〈朴炳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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