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기택 왜 실패했나

"'쇳물'속에 명분없는 출마"

이번 보선에 처음부터 참가, 투표 마감 시간까지 승리를 장담한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박빙으로 갈 것이라는 당초 여론과 달리 개표시작과 동시 벌어진 표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자 시민의 뜻에 승복한다 며 현실을 인정했다.

이기택(李基澤)총재의 낙선은 개인적으로도 정치적 좌절을 가져왔지만 그의 출마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기환 포항시장의 정치행보에도 일대타격이 있을 전망이다.끝내 박태준의 벽을 넘지 못한 이총재의 낙선원인은 여러갈래로 나뉘어진다.

우선 상징성과 현실성.

박후보는 그간의 공과를 떠나 포항땅을 25년간 밟으며 포철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 포철=박태준을 떠올릴만큼 포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보는 비록 7선 거물정치인이긴 하지만 정치생활을 부산서 해 와 자신의 정치적 재기를 위해 고향을 찾아온 것 말고는 선거에 나서야 할 명분이 없었다는 것이 지역여론이었고 그것이 선거결과로 나타났다.

선거전략도 패인중 하나다.

박후보는 전국 제 1의 부도율을 기록할만큼 포항경제가 벼랑끝에 몰려있는 점을 겨냥, 박후보가당선돼야 포항경제가 다시 살아난다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반면 이후보는 포항문제도 아닌3김청산이라는 정치적 무게에 힘을 실어 주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또 전국의 당조직을 모두 동원, 세몰이를 하며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운동방법이 당초 신선한 이미지를 기대한 유권자들을 실망시킨 것도 실패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번 이후보의 선거 패배로 박기환포항시장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후보로서는 영남권에서 유일하게 당선돼 주목을 받았던 박시장은 내심이번 선거에서의 승리를 내년 5월 시장선거로까지 이어가겠다는 계획아래 자신의 최측근인 비서실 소속 김모씨(39)를 선거 한달전에 내보내 이후보를 돕게했고 자신의 부인과 조직을 선거에 지원토록 한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하지만 이총재가 맥없이 쓰러지는 바람에 박시장은 당장 내년 재선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시정장악에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여 한차례 시련이 예상된다.

〈포항.崔潤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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