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마일기-시어머님의 선물

비닐봉지안에는 깻잎 근대 돋나물이 깨끗이 손질되어 오밀조밀 담겨 있었다. 풋고추며 상추까지봉지봉지마다 알뜰히 챙겨넣은 어머님의 수확물을 꺼내놓자니 문득 작년일이 떠오른다.시어머님은 올해 78세이시다.

소변이 잦아져서 수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고, 볼일을 보고 대문밖으로 나오는 사이 또 급해져서 화단이나 길 가장자리에 실례를 해야할 지경이 되고 보니 무척 괴로운 일이었다.밤이되면 실수가 잦아서 아예 기저귀를 차게 되고 그무렵, 한약과 침으로 공을 들였건만 배에 손바닥만한 물렁한 덩어리가 만져졌다.

병원을 무서워하는 시어머님을 어렵게 설득해서 종합진단을 받게 되었다. 암이란다.연세도 많고 체중이 36㎏이어서 수술도 위험하고 완치가능성도 적다하여 수술을 포기하고 말았다.

시일이 흐르니 두통까지 심해져 바늘로 머리를 꼭꼭 쪼아대듯 아프시다며 물수건을 하고 누운채로 보내시는 날이 많아졌다.

고통이라도 좀 덜어보자고 큰병원에 들렀는데 전에 것은 모두 무시되고 머리사진 찍고, 혈청면역검사, 초음파방사선, 단층촬영, 피검사, 골반초음파검사를 하느라 사흘을 쫓아 다녔다.최종검사가 나오는날 담당의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옆구리를 주물러 철철철 소리가 나도록 오줌을 빼냈다.

중풍이 가볍게 오면서 방광기능이 마비되어 오줌이 옆구리에 덩어리로 고여 있었던것. 호수를 삽입해 수시로 비울 수 있도록 팩을 달고 한달에 한번씩 교환을 하지만, 일년이 지난 지금 건강하게 살고 계신다.

혹 연세많은 할머니가 소변이 잦다가 덩어리가 만져져서 암으로 진단받은 분이 있다면 다시한번확인해 볼 일이다.

강만순(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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