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안당국, 오씨 월북경위·기획 입북설 수사

안기부를 비롯한 공안당국이 오익제(吳益濟) 전천도교교령의 월북사건과 관련해 본격적인 조사에착수했다.

오씨가 국민회의 고문이었다는 점도 석연치 않지만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이 제기한 이른바 '기획입북설'과 관련해서도 국민회의측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게 공안당국의 입장이다.공안당국은 이에 따라 20일 저녁 국민회의측에 협조공문을 보내 정대변인이 오씨의 월북에 수사기관이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한 근거로 발표한 '50대 익명의 제보자' 신원을 확인해주도록 요청했다.

공안당국이 이처럼 국민회의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은 사안의 성격상 더이상 정치권의 입장을 고려해 미온적 자세를 취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씨에 대해 '오랫동안 암약해온 고정간첩', 혹은 '황장엽(黃長燁)파일에 오른 인물'이라는 등의풍문이 난무한 상황에서 오씨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할 경우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키는 결과를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기부를 비롯한 공안당국은 오씨 월북사건후 신한국당 당직자들이 마치 '공안당국자'인양떠들어댄데 이어 급기야 국민회의측이 '기획입북설'을 제기하고 나서자 매우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공안당국은 국민회의측에 대한 조사명분으로 일단 '기획입북설' 조사를 들고 나왔지만 오씨 월북경위 등과 관련해서도 국민회의측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인 듯하다.

국민회의는 22일 오전 당사에서 간부간담회를 열어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당은 기획입북설 제보자의 신원을 그의 요청에 의해 현재로선 밝힐 수 없으나 대신 제보 내용을1백%% 문서로 작성, 권영해안기부장에게 전달키로 했다. 제보자와 접촉, 안기부의 수사협조 요청서를 전달받았음을 알리고 이에 응해줄 것을 권고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했다. 수사를 회피하지 않고 가능한 한 협조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정치적 저의가 개입돼있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으나월북사건은 민감한 대공문제인 만큼 국민적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협조 요청문제를 질질 끌고갈 경우 자칫 색깔론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했을 법하다.

당은 이같은 방침을 정한뒤 직접조사를 요구한 안기부의 추후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내부적으론 안기부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주조다. 김대중총재를 겨냥한 색깔론 공세라는 것이다.특히 당에 요청서가 전달되기도 전에 김시복안기부장특보가 일부 기자들에게"국민회의쪽에 문서를 전달했으니 아마도 대책회의를 열고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흘린 것으로 알려진 점도 그 의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기획입북설 제기가 신한국당의 색깔론 공격에 대응하는 상황에서 빚어진 경솔한 행동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안기부는 제보자에 대한 직접조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를 거부할 경우 제보자를 대신해 정대변인을 수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보 자체를 믿지못하겠다는 분위기도 깔려있는 듯하다.

특히 권부장은 안기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야당이 대선을 겨냥한 정치공작으로 몰고가는 것을 그대로 둘 경우 국가기관으로서의 명예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다.

〈徐奉大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