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3김청산을 위한 혁명적 과업(?)이 급기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까지 칼이 겨눠지자 이총재의 앞날에 대한 궁금증이 정가에 증폭되고 있다.
이총재는 16일 강릉MBC TV토론회에 참석해서 김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자료가나오면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와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92년 대선자금 자료가나오고 사실을 밝힐 단계가 되면 개인적으로 야당과 차이를 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이총재는 이에 앞서 모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법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며 수사여부는 검찰에서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정가에서는 이날 이총재의 발언 배경을 놓고 DJ비자금사건 조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도 있겠지만 김대통령과 차별화를 본격 시작한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총재의 말은 명백히 김대통령의 대선자금도 성역이 아님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모 측근인사는 이총재는 지금 3김청산의 역사적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지적한뒤 "사실 시중여론은 야당만 해먹었느냐. 여당이 더 해먹었지 않았느냐는 식이 아니냐"면서 "이런 상황에서 여당의 92년 대선자금 문제를 뺀 채 DJ비자금 문제만 거론할 수는 없다"며 이총재의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이총재 주변에서는 어차피 김대통령을 넘고 갈 수 밖에 없지않느냐는 말들이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92년 대선자금 문제를 상징적 차원에서 거론했을 가능성도 높다. 왜냐하면 자칫 이는 김대통령과 민주계와의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총재가 이를 모를리 없다는 것이다. 이총재는 이를 의식, 김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해놓고 있지만 청와대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당내에서도 이미 92년 대선자금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적지않다. 김대통령이대선 잉여금을 남기고 있지 않는데다 이와 관련된 자료가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하다.최근 국민회의쪽에 기운 엄삼탁 전안기부기조실장이 지난 대선때 김대통령측에 깊숙이 관여, 비밀자료를 갖고 있을 것이란 소문에 대해 당의 모고위인사는"그사람은 일부만 취급했고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어도 자신도 연루되었기 때문에 쉽게 폭로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어쨌든 이총재의 의중은 오는 19일쯤 기자회견이나 21일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이번 사건은 끝까지 갈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배수진을 치고 있는 이총재가 초강수발언을 계속하며 검찰수사를 재촉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조금씩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점이다. 현실적으로 검찰의 본격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특히 김총재에대한 사법처리는 대선판을 깬다는 우려도 있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요즘 검찰내부를 보면여당이 바라는 대로 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든다"고 걱정했다.
김윤환(金潤煥)선대위원장도 "검찰고발로 비자금 파동은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들어선 게 아니냐"며 확전을 바라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고발이외에 다른 뾰족한 대응방안도 없기는 하다. 당내에서도 김총재에게 상처를 내는 등 일단 성과를 거둔만큼 이제는 이총재 지지율을 올리는 게급선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가운데 서석재(徐錫宰)의원의 조만간 탈당을 계기로 비주류들이 후보 교체론을 다시 제기할움직임도 보여 이총재의 강경투쟁 방향이 변화될지 주목된다. 이한동(李漢東)대표나 김윤환(金潤煥), 김덕룡(金德龍), 박찬종(朴燦鍾)선대위원장 등 4명의 당지도부 주변의 기류는 이총재와 끝까지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각오가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다. 이점도 이총재의 진로에 영향을 줄수 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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