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예의"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일 없다' 요즈음 누구나 한결같이 내뱉는 말들이다. 보이느니 개판이오들리느니 죽어가는 소리라고 아우성이다. 물론 다 까닭이 있다. 여러 우연들이 겹쳐서 우리 삶의그림은 지금 몹시 우울한 색조를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것은 불평 때문에 부서져나가는 축제의 시간들이다. 인간의 짧은 생애가 눈물과 한숨 속에서 이렇게 속절없이 스러져갈 수야 있나.
탄생의 역사를 생각해 본다. 여성의 질에 사정된 5억개의 정자중에 2천개정도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자궁경부를 거처 나팔관에 안착한다. 거기서 다시 거대한 난자의 벽을 뚫고 수정되는 것은 단 하나의 정자다. 이 수정란이 다시 일년가까운 세월 모태안에서 온갖 고비를 넘기며태아로 발육하다가 이윽고 독립된 또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후에도 그것은 갖은고난과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돌파하며 겨우겨우 자립된 존재로 성장해 간다.
◈눈물과 한숨
이것이 인간이다. 우리는 먼저 아득하게 망각속으로 사라져버린 이 성장의 역사부터 회상해야 한다. 이것은 잃어버린 민족의 역사를 복원하고 배우고 기억하는 것보다 더 절실하다. 이 세상살이에서 우리도 승자에게 합당한 축제로써 보상받아야 한다고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겨기에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뛰는 경기장에서 그저 박수나 치고 탄식이나 하다가 흘러보내버리기에는 뭔가 안타까운 시간들이 아니냐.
그러니 삶은 온전히 축제여야 한다. 물론 그것은 단지 먹고 마시고 즐기고 쉬는 것들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힘든 일에 매달리는 것, 시련에 부대끼는 것 등도 모두가 어쨌든 내가주인공이되어 주도하는 축제의 한마당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펴놓은 상이 작고 차려놓은 음식이 초라하다고 잔치가 고역으로 변할 수는 없는 법이다. 모든 게 변변치 않아도 축제는 언제나황홀한 것이다. 우리는 그 안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맛보고 유쾌하게 즐겨야 한다.내가 늘 하는 이야기지만 우리 삶에서 이러한 축제성의 맥락은 그저 우연한 은총처럼 주어지는것이 아니다. 그것은 얻어내야하고 찢어내야하고 또 뺏어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어떤 것도불법이 아니다. 그것이 본래 우리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축제는 전쟁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 안에서는 상황 끝을 알리는 승패가 없다. 거기에도 더러 놀이가 있어 승자와 패자가 있기는 하지만 어느 쪽도 단지 즐기자고 하는 게임일 뿐이다.
주가의 폭락을 삶의 몰락으로 여기는 사람들, 프로야구 연고팀의 패배를 자기 인생의 패배로 간주하는 사람들, 한일전 축구에서의 우리팀의 패배를 민족전쟁에서의 패배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은 철학자 존 듀이의 다음과 같은 충고다. '축구의 목표는 골대가 아니다'
◈즐기는 것
축구의 목표가 골대가 아닐 때에만 축구는 비로소 축제의 맥락 위에서 부활하게 된다. 우리 삶또한 마찬가지다. 삶의 유일한 목표는 이기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현실은 절박한데 당신은 지금 무슨 음풍농월이나 하자는 주장이냐고? 나는 그저 그런 위기가 삶이라는 축제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는것 뿐이다. 삶 바깥에 있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다. 그대여, 박수나 치고 한숨이나 몰아쉬는 관중석에서 이제 그만 내려오라. 50억과의 경쟁을 물리치고 당신이 벌여놓은 저 잔치마당에서의 그토록 오랜 부재는 축제의 예의가 아니다.
〈부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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