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외화절약

국가경제가 외화부족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어 급기야 IMF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지난 몇해에 걸쳐 계속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져 올 때, 우리는 조금만 더 진지하게객관적 사실을 직시했더라면 미리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를 비롯하여 언론,금융계 모두 우리의 미래를 낙관만 해왔다.

오랜기간 무역수지 적자의 처지에 있다가 80년대 말에 잠시 무역수지 흑자의 시대가 도래했을 때우리는 너무도 자만한 나머지 경박한 행동을 했던 것이다. 우리는 마치 큰 부자나 된 듯이 과시를 하면서 흥청망청 즐겼었다. 그 결과 불과 몇년도 채 못되어 깡통을 차고 외국의 돈을 꾸러 나서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우리중에는 피우던 양담배를 국산으로 바꾸고 외제차를 타지 않으면 이렇게 창피한 사태를 금방모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것같다.

우리는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인구밀도가 세계3위에 달하는 상황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먹는 곡식의 73%%를,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90%%이상을, 목재 90%%, 철광석 95%%, 펄프100%% 등 대부분의 원자원을 외국으로 부터 수입하고 있다. 또 이들 원료를 가공한 제품들중 일부를 수출하여 다시 원자원을 들여올 수 있는 외화를 수급해 나가고 있다.

우리가 먹는 한우고기 한 점도 사실은 외국에서 수입한 곡물을 먹고 자란 것이고, 추운 밤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방을 데우는 연료도 외국에서 수입한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겠다. 심지어 라면 한개, 빵 한조각도 외국에서 수입한 밀을 재료로 한 것이란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더이상 과소비적인 경거망동한 삶의 태도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근검절약 하는 고통을 감수해 나가지 않으면, 엄청난 파국으로 치달아 내려가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것이다. 경제가 다시 정상궤도에 오른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번의 사태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전헌호-신부.효성가톨릭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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