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경제파탄의 진짜주범

한때 세계 청소년 축구 4강이 외채 4강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후 네마리 용으로 승격되더니 국민소득 만달러를 구가하고 OECD에 가입하여 선진국 흉내를 내었다. 기적적 경제 성장을 이룬 본보기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공업국의 선망 대상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금융외환위기로 불거진 공황이 산업공황으로 치닫고 급기야 IMF의 신탁통치를 받게 되었다. 그야말로 '우째 이런 일이!'다.전세계적인 초국적자본과 팍스 아메리카를 다시 한번 구가하여 세계자본주의의 패권을 쥐려는 미국자본의 의도가 번뜩이고 있음을 보고 모골이 송연해진다. 동남아와 동북아에서 일본의 패권을견제하고 몸뚱어리만 커진 한국을 미국의 손아귀에 넣음으로써 무역과 자본개방을 강제하고 세계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를 안착시키려는 전략 앞에서 한국자본주의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온 사람들은 서로를 비난하며 주범 찾기에 혈안이 되었고 그나마 개혁이라고 인정받던 금융실명제를 희생양으로 삼는 데 의기투합하였다. 누가 자본의 편을 드는 보수정치세력이 아니랄까봐 호들갑을 떨며 경제살리기의 기수를 자처하고 숨겨진 검은 돈을 살리자고 푸닥거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는 온갖 대중매체를 동원하여 책임 떠넘기기의 대상을 지목하고 있다.위기론을 조장할 때나 진정한 위기일 때나 항상 동네북이 되는 노동자가 바로 희생양이다. 물가가오르는 것은 노동자 임금 때문이고 정리해고는 한국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자본의 불가피한 조치라는 식의 이데올로기를 유포시키면서 노동자들의 저항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작년말 노동법개악 때 보여준 노동자 총파업의 위력을 목도한 초국적자본과 지배보수권력은 앞으로 예상되는실업사태와 고용불안으로 야기되는 노동자들의 생존권투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하여 고통분담론을 넘어서서 노동자주범론으로까지 여론을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경제파탄의 원인이 노동자에게 있지않고 공룡과 같이 커진 독점재벌에게 있음을 우리는 잘알고 있다. 획기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으로도 누구나 고루 잘사는 사회를 만들수 없다는 사실, 살아있는 노동을 착취·억압하지 않고서는 자본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도 우리는역사를 통해 증명해 왔다. 지금까지 비효율적이고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부를 축적해온 한국의 독점재벌은 살아남기 위해 해고와 노동통제로 노동자를 압박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법제도를개정하고 보수정치꾼은 경제살리기라는 미명아래 노동탄압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왜곡된 성장이데올로기로 허황된 사치성 소비의식을 조장하고 빈부의 격차를 벌려놓은 이나라에서 어떠한 희망찬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까.

대통령후보들은 21세기의 연분홍빛 미래를 만들겠다고 큰소리치고있다. 그러나 역사는 몇몇 엘리트가 끌고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독점(자본)의 편을 드는 정치꾼이 끌고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동시대의 시대적 아픔을 같이 겪고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역사적 대장정에 스스로 주체로나서는 근로자야말로 미래의 진보된 역사를 책임지는 일꾼이다.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혁파하는 근본적 사회변혁, 역사의 희생양으로만 천대받던진정한 역사의 주체들이 스스로 주인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 경제파탄의 주범으로 매도되기는커녕진짜주범을 응징하는 당당한 주인으로 나서는 길만이 21세기 우리사회가 나아갈 길이다.오세철(연세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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