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1905년 11월20일 황성신문에 쓰신 논설 '시일야 방성대곡(是日也 放聲大哭)'은 저희들의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지막 대목-."아, 원통하고도 분하도다. 우리 2천만 남의 노예가 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아! 원통하고원통하도다. 동포여! 동포여!"는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오늘 선생님의 그 글이 불현듯 생각나는 것은 우리의 주권을 일본에 빼앗긴 그때 1905년에서 100년도 못되어 또 유사한 비극을 겪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남쪽은 달러를, 북쪽은 식량을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못난 후손들은 선생님의 통한의 외침을 미처 골수에 사무치게 새겨넣지 못한 어리석음으로 또다시 땅을 치게 되었음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국민소득 1만달러의 달콤한 꿈에 젖어 흥청망청하다보니 사랑방 건넌방 다 내주고 행랑채로 나앉은 꼴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IMF라는 곳에서 빌리는 5백50억달러, 50조원은 전10.노10.김10.재벌20해서 50조를 실정(失政)과 방만으로 흘리고 놓쳐버린 돈이라 합니다. 그 돈으로 우리 국민들은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만큼 신나게 달러를 뿌렸지요.
빚을 꾸어다 쓸 지경에 이르자 정부와 소위 지도층들은 국민들에게 "뼈를 깎는 아픔으로 고통을분담하자"고 합니다. 마치 진수성찬의 식사후 뒤설거지를 국민에게 맡기는 꼴이지요. 두고 보십시오. 그래놓고 자기들은 뒤로 물러 나앉아 느긋하게 이빨이나 쑤시겠지요. 이것이 지금 우리들의정부고, 지도층의 행태입니다.
게다가 더 가관은 경제주권 상실한 반쪽 나라를 서로 경영하겠다고 나선 대권주자들이 "1년만에,혹은 2년만에 정상회복"이니 하며 마치 자신들이 전지전능한 인물인 것처럼, 마치 그들은 아무 죄도 없는 것처럼 씨도 안먹힐 구호들을 무책임하게 내뱉고 있습니다.
지금도 분위기 탓으로 다소 조용해진 골프장을 "이때다"하며 더 찾는 지도층 인사가 있고, 철맞은강원도 스키장엔 밤새도록 인공눈을 뿌려댄다고 합니다.
결국 또 외국여행 한번 못가보고, 스키장 한번, 골프 한번 못쳐본 서민들만 애꿎게 허리를 졸라매고 '고통의 분담'이 아닌 '고통 전담'에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일까요.이제 막 풍요의 문턱을 넘어서 달콤한 맛을 본 후임에야 말입니다.
하기 쉬운 일로 "네 탓이다"며 비난하는 피킷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일도 이미 늦었습니다.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내가 털어내야지, 네가 붙인 불이니 네가 떼라는 식은 미련한 짓입니다.선생님.
그러니 어찌합니까. 믿을 수 없는 정부는 또 당근을 내밀어 국민의 분노를 교활하게 잠재우려 할것이고, 어리석은 국민들은 그런 줄 알면서도 수굿수굿 따라 갈밖에요. 그것도 위기극복의 한 방법이라면 말입니다.
선생님.
1905년 을사5적은 박제순.이지용.이근택.이완용.권중현이었으나 올해 정축 5적은 노.김.무지한 경제관료.재벌.국민입니다.
저희가 저희 잘못을 아오니, 한때 정신이 나가 저지른 잘못이오니, 지하에서 격려해 주십시오. 다시는 우리의 후손이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어떤 외풍에도 끄덕없는 튼튼한 나라를 다시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선생님의 '是日也 放聲大哭'이 자꾸 생각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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