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상황에서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 급성 심정지나 중증 외상 환자에게 최종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상급 의료기관까지의 신속한 이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경상북도(전 국토의 약 19%)는 산간 지역이 많고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 중증 응급질환 발생 위험이 큼에도 불구하고 상급 의료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실제 경북도민들이 체감하는 응급의료 접근성은 어느 정도일까. 최근 영남대학교 보건학과에서 지리정보시스템(GIS)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322개 읍·면·동의 응급의료 접근성을 측정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데이터는 행정구역의 경계를 허무는 것만으로도 도민들의 '생명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구 포함하자 개선효과 '쑥'
연구진은 경북 내 응급의료자원만 고려한 '경북 단독 모형'과 인접한 대구광역시의 인프라까지 포함한 '경북·대구 통합 모형'을 비교 분석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까지 30분 이내 도달 가능한 경북 인구는 '경북 단독 모형'에서 63.30%(약 161만 명)에 그쳤다. 도민 10명 중 3~4명은 골든타임 안에 적절한 권역 센터에 도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대구의 상급 의료기관을 분석에 포함하자 30분 이내 도달 가능 인구 비율은 79.28%(약 201만 명)로 무려 16%p 급증했다. 이는 행정구역에 얽매이지 않고 가장 가까운 대도시 상급 병원을 이용하게 될 때 응급의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대구와 인접한 경북 남부권의 개선 효과가 두드러졌다. 기초지자체별 평균 도달 시간을 보면 경산시는 기존 48.84분에서 15.79분으로 약 33분 단축됐다. 고령군도 52.75분에서 27.25분으로 약 25분 줄었고, 청도군 역시 46.10분에서 25.60분으로 감소했다. 사실상 남부권 주민들이 대구 의료 인프라에 실질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북부·동해안은 여전히 취약
사실 경북 남부권 주민들이 응급 상황에서 대구 병원을 찾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연구진은 경산·고령·청도 등 남부권 주민들이 이미 생활권 차원에서 대구의 상급 의료 인프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현실과 행정 체계 사이의 간극이다. 주민들의 의료 생활권은 이미 대구·경북을 넘나들고 있지만, 응급의료 시스템은 여전히 행정구역 단위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행정구역 경계와 실제 의료 생활권 간 불일치"라고 지적했다.
즉 환자들은 이미 가장 가까운 병원을 향해 움직이고 있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광역 응급의료 연계 시스템은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구 의료 인프라를 포함해도 해결되지 않는 지역도 있었다. 경북 북부와 동해안 외곽 지역은 구조적인 응급의료 취약지로 나타났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접근성을 기준으로 보면 울진군 북면은 평균 이동 시간이 96분에 달했고, 죽변면 92분, 울진읍 88분, 봉화군 석포면 77분 등 일부 지역은 1시간을 훌쩍 넘겼다.
특히 청송·영양·봉화·울진 등은 대구 의료 인프라 통합 효과조차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산간 지형과 장거리 이동이라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결국 지역 간 응급의료 접근성 격차가 심각한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역 응급의료 체계 구축 필요
연구진은 단일 지자체 중심의 의료 정책을 넘어서는 '광역 응급의료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공동 응급의료기관 운영, 환자 이송 프로토콜 표준화, 광역 응급의료 정보 공유 체계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또 청송·영양·봉화 같은 산간 내륙 지역은 육로 중심 체계만으로는 골든타임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차세대 항공 이송 체계(AAM)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울릉군이나 울진군 등 해상 접근 의존도가 높은 지역 역시 첨단 해양 모빌리티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이송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히 병상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디에 살든 적절한 시간 안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응급의료망'을 구축하는 일이 지역 의료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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