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노씨 사면-배경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최종결심은 오래 되지 않은 것같다. 김대통령은 내년 2월 퇴임하기 전에이들을 사면한다는 입장은 벌써부터 정리했으나 단행시기를 언제로 잡느냐에 그동안 고심을 거듭해 온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열흘전쯤 문종수(文鐘洙)민정수석을 불러 성탄절에 즈음해 이들의 사면을 검토하라고 내밀하게 지시, 이에 따라 청와대민정수석실은 법무부를 통해 그 대상과 범위를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대통령은 대선기간중 각 후보진영과 일부 재야단체에서 이들의 조기사면을 거론하는 것과 관련,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판단자료로 삼을 수 있으나 자칫하면 선거에 이용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신중을 기해왔다고 한다.

결국 김대통령이 그 시기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와의 첫 만남 직후로 결정하고 동의를 구하는 형식으로 모양새를 잡은 것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정권교체를 이룩한 김당선자에 대한 예우의 뜻이 포함돼 있다. 즉 대선 후유증을줄이고 당면한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김당선자를 적극 뒷받침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또 김대통령이 화합과 국민대통합에 비중을 둔 것은 이번 사면을 계기로 고질적인지역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노씨의 신군부세력에 의해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김당선자, 그리고 역사 바로세우기로 이들을 단죄한 김대통령, 이들 4인의 악연이 그동안 선거때마다 영남권과호남권으로 갈리면서 지역감정의 골을 깊게 한 원인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단죄했지만 전·노씨를 감옥에 남겨 둔채 퇴임하는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따라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유례없는 경제난국에 대한 책임을 추궁, 청문회나 특별조사 등 현 정부에 대한 인책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전·노씨에 대해 잔형집행 면제를 뜻하는 특별사면 뿐아니라 복권조치까지 한 것은어쨌거나 전직대통령이라는 점이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각각 2천억원이넘는 전·노씨에 대한 추징금은 사면에서 제외됐다. 이는 부정축재 자금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국민감정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전·노씨 외에 12·12 군사쿠데타, 5·18사건, 전·노 부정축재사건 등 관계자모두에게 사면을 단행하면서도 복권조치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더욱 반성해야 하며 아직 정치참여는 허용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정권의 유일한 장관출신인 비리사건 연루 이양호(李養鎬)전국방장관과 박은태(朴恩台)전의원을 포함시킨 것은 형평을 고려하는 측면에서 구제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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