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은 IMF때문에…'
요즘 어느 대화에서나 필수적인(?) 접두어가 된 IMF가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에도 어김없이 따라붙고 있다.
가장들이 실직당한 가정에서는 설이 오건 가건 관심둘 여유조차 없고, 운이 좋아 일자리를 지탱하는 사람들도 주머니가 비어 설쇠기가 막막하다고들한다. 모두들 올 설은 이것저것 다 푹푹 줄여서설같지도 않게 보내야할 것 같다고 말한다.
가장 눈에띄는 것이 설상차림의 간소화경향.
주부 전수분씨(60.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용계동)의 가정은 이번 IMF 찬바람으로 이집 가장이 젊은 사람들을 위해 일터에서 나온 경우. 때문에 이번 설은 어느해보다도 간촐하게 할 수 밖에 없다. 전씨가 값이 오르기전에 영천장에 가서 봐온 제수장은 예년의 절반수준. 4만원정도씩 사던 돔배기를 2만원어치만 샀고, 조기 3천원짜리 3마리, 가자미 3마리 1만원, 명태 3천원짜리 2마리, 고사리 4천5백원어치, 대구포 작은 것을 4천원에 샀고 가오리와 문어, 낙지는 아예 생략했다.가래떡은 이전엔 결혼한 자녀들에 나눠주기 위해 5되 하던 것을 그만두고 두 며느리에게 "너희먹을 것은 한봉지씩 사서 먹도록 해라"고 말했다. 부침개거리와 나물류, 강정을 사더라도 모두 15만원내에서 해결할 생각이다.
7남매의 맏며느리에다 남편이 기업체를 운영해 세배손님이 많은 편인 김영자씨(61.대구시 남구 대명동)는 예년의 경우 설음식을 넉넉하게 마련하는 것을 철칙으로 해왔지만 올해는 크게 줄여 예년 설예산의 절반수준인 30만원정도로 할 계획이다. "옛날부터 제수음식은 장볼때도 깎지마라는말이 있을 정도이지만 올해는 줄여도 될만한 것은 줄일 생각입니다" 차례상의 과일은 이전엔 밤대추 사과 배 감 등 기본 5가지 이외에 수박 딸기 바나나 등을 이것저것 풍성하게 갖추었지만 올설엔 기본 5가지로 줄이고 탕도 소탕 어탕 육탕의 3가지를 모두 갖추었던 데서 어차피 돔배기(상어) 꼬지를 하는 김에 돔배기 한가지로만 탕을 만들고 대구포니 가오리포외에 찜도 했던 것을 이번엔 찜은 생략할 생각이다. 쌀 1말씩 했던 가래떡은 5되로 줄이고 강정은 쌀, 깨, 땅콩, 불콩, 호박씨까지 갖가지 종류를 강정전문집에 돈을 더주고 특별하게 주문했던 것을 3가지정도로 줄여 조금씩 사고, 뒷처리에 애를 먹을만큼 많이 준비했던 부침개나 나물같은 것도 하루이틀치 정도로 양을 줄일 생각이다. 꼭 술상을 원하는 세배손님이외엔 녹차와 간단한 다과만으로 대접할 생각이다.음식상을 간소화하는 이외에도 자녀들이 타지에 있는 집에서는 부모들이 최소한 20만~30만원이드는 귀향비용을 절약하라며 오지말것을 먼저 권하는가하면 세뱃돈 부담을 줄이기위해 올 설에는아예 세뱃돈을 없애겠다는 가정도 적지않아 IMF한파속에 크게 달라질 설날세태를 예고해주고 있다.
〈全敬玉기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