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어업협정 파기결정후 한·일 관계

일본 정부는 22일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갖고 사실상 현행 한·일 어업협정의 파기를 결정했다. 일본 정부로서는 이미 되돌아 갈 수 없는 길로 접어든 상태이고, 그렇다고 한국측이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해 일본의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로 양국관계 전반의 경색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협정 파기의 결정은 최근 한국의 경제위기에 대한 일본의 지원과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의 전향적인 대일자세 표명등으로 호전기미를 보이던 양국관계를 급전직하로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져있는 틈을 타일본이 실속을 위해 협정파기라는 최후의 방법까지 시도했다는 비난이 일 경우 한국민의 반일감정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6년 5월 2백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설정을 인정한 유엔해양법조약의비준에 따라 시작된 이번 어업교섭은 독도주변 잠정수역의 구분문제를 둘러싸고 쌍방의 주장이 평행선을 유지하며 협상이 지연돼 결과적으로는 최악의 시기를 맞게됐다.

이에대해 일본 언론들은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쌍방교섭 담당자의 오산이 있다고주장했다. 일본측은 교섭이 결렬되면 상호간에 어선나포사태가 빚어져 한국측이 손해를 볼 것이라며 양보를 기대했고 한국측은 '일본의 협상 종료통고는 위협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가볍게 봤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외교교섭이 암초에 부딪혔을 경우에는 외상회담이나 수뇌회담을 계기로 실무급 교섭을 타개하는 수법을 사용하는사례가 많으나 이번에는 김영삼(金泳三)정권 말기라는 사정도 있어 정치적 타협이라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현재 일본의 정치적 배경은 하시모토 내각이 약체인 상황에서 시마무라 농수산성장관이 한국측에 양보하면 자신은 사임하겠다고 위협했고 외상도 따라서 사임하게 되면 내각을 다시 조각해야하는 상황이 되는데 현재의 하시모토총리의 인기로 봐서총리에 재선되기 어렵다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일본이 마음대로 설정한 직선기선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지난 20일동해에서 조업중이던 한국의 '3만구호'를 나포한데 대해 정부가 외교루트를 통해항의를 표시하는등 긴장된 상태를 보여왔다.

앞으로 일본측이 기대하는 현협정의 효력유지기간인 1년내에 재협상을 벌이기로 한계획도 제대로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어 자칫하면 '무협정'이라는 상황으로 빠져들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이경우 양국간에 나포경쟁이 벌어지는 등 동해어장이일시에 혼란상태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쿄·朴淳國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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