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눌한 손놀림에다 색깔조차 구분할 수 없지만 모양은 예쁘게 나왔다. "엄마에게 줄 '설 선물'인데 세배하고 난 뒤 신부님에게도 보여 줄 거예요"
지난 23일 오후 정신장애자 보호시설인 동구 각산동 일심재활원. 50여명의 원생들은 설선물만들기에 바빴다. 오후 내내 만든 '꽃장식 복조리'. 리본도 만들어 꽂고 꽃도 집어넣었다. 모두 흐뭇한표정. 나이가 서른을 넘어선 원생도 좋아서 어쩔줄 몰라했다.
"엄마, 히히히" 누구에게 줄 것이냐는 물음에 자신들을 돌봐주는 '엄마'인 재활원 직원 안말자씨(25.여)를 가리키며 웃는 원생 안영미씨(33.여). 설이 뭔지 선물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때 느끼는 기쁨만은 아는듯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던 일심재활원 원생들이 '만들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 해 11월. 효성가톨릭대 김홍렬교수(원예학)의 도움으로 '원예치료'를 받으면서부터다. '원예치료(Horticultural therapy)'란식물을 기르거나 식물을 이용, 물건을 만들게 해 장애자를 치료하는 방법.
"꽃, 나뭇잎 등 식물을 이용해 만들기를 하면서 숫자.색(色)을 익히게 하고 경직된 손근육도 치료하는 거죠. 여러번 반복하다 보면 개개인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알게 됩니다"한 달에 한번씩 제자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 자원봉사하는 김교수는 "치료 목적으로 시작했지만이번 설에는 원생들이 직접 '설 선물'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만든 꽃바구니를 머리 위로 쳐들고 잘 알아 듣지도 못하는 목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외치는 원생들. 그들에게도 설은 즐거운 명절이었다.
안나 마리아 수녀는 "올 설엔 원생들로부터 선물도 받게 됐다"며 "만들기를 할 때 따분해하지 않고 잘 따라주는 원생들이 고맙다"고 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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