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휘몰아치는 IMF격랑 서민가계 좌초위기

IMF한파가 서민경제에 몰아치기 시작했다.

주류 도매업을 경영하고있는 김모씨(61)는 이번 설날,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을 바라보면서도 반가움 보다 서글픔이 앞섰다.

입사 3~4년차에 불과한 작은 아들과 맏사위가 최근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들과 사위가 실업자가 돼 집안 전체가 쑥밭이 되고있다"고 말했다.유일한 소득원인 월급을 담보로 가계를 꾸리고 신용거래를 해왔던 봉급생활자들이기업들의 연쇄 도산과 감봉.감원에 따라 생활기반마저 흔들리는 등 서민경제가 붕괴위기를 맞고있다.

ㄱ산업 영업부에 근무하는 서모씨(35)는 지난해 말부터 월급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데다 회사의 조직축소로 실직위험까지 느끼게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씨는 "매달 내야하는 할부금.기름값 등 고정지출이 월급의 절반을 넘는다"며 "현금 마련을 위해 적금 및 보험을 해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증을 서줬던 직장 동료가 은행에 대출금을 제때 갚지못하는 바람에 월급을 매달 차압당하고 있는 ㅇ사 최모씨(32)는 "사내에서 1인당 2~3건의 보증은 보통"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봉급생활자들은 서로 연대보증을 서주고있는 경우가 많아직장 내에서는 한 사람의 부도가 사원들의 연쇄 부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않다.ㅂ산업 김모 상무(56)는 사업을 하던 큰 사위가 5억원대의 부도를 내고 도피하면서고민에 빠진 경우다. 김씨는 집.나대지 등 10억원 규모의 보유 부동산을 매각, 큰사위의 채무를 변제하려고 했으나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원매자가 나서지 않아 전재산이 경매에 넘겨질 지경에 이르렀다.

지역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압류 건수가 최근들어 크게 늘어나는 추세로 3~4개월후엔 무더기 가계 파산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현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후 이자를 제대로 갚지못해 신용불량거래자로 등록된 사람은 전국에 걸쳐 1백50만명에 이른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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