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이임 대국민담화 요지

이제 저는 나흘 뒤면 지난 44년간 국민 여러분과 애환을 함께 했던 긴 공직생활에서 물러나 한사람의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1954년 국회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9선의원을 거쳐 대통령직을 마칠때까지 저에게 조국을 위해봉사할 기회를 주셨던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임을 앞두고 대통령 재임 5년을 돌아보니 아쉽고 미흡한 점이 참으로 많습니다. 격동의 시대를맞아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솔직히 자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외환.금융위기 상황이 국민 여러분에게 주는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을 짓누르는 책임감 때문에 한순간도 마음이 편할 때가 없습니다.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대통령으로 취임할 당시, 우리는 오랜 권위주의 통치구조가 낳은 온갖 모순과 갈등을 극복하고 세계화.정보화라는 문명사적 대변혁을 수용해야 할 시대적 환경속에 있었습니다.사회 전반의 민주화 추진과 함께 국경없는 무한경쟁 속에서 튼튼한 경제를 세우고 21세기를 준비하는 일이 우리의 당면 과제였습니다. 흐트러진 사회기강을 바로잡고 법과 질서를 회복하는 일도국정운영의 기본적인 과업이었습니다.

더욱이 북한의 안보위협에 대처하여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일은 한순간도 방치할 수 없는 막중한 책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저는 나라의 안보륵 굳건히 하는 가운데 '변화와 개혁' 그리고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하는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저는 이러한 신념으로 무엇보다 깨끗한 정치, 깨끗한 정부를 만들고 어떠한 경우에도 민주주의의기본원칙을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의 실시, 부정부패의 추방은 나라와 사회를 정의롭고 건강하게 만들기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고 믿습니다.

통합선거법의 제정,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지방자치제의 실시, 여당 대통령후보의 자유경선 등은우리의 민주정치를 크게 선진화시킨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지난 개혁의 결과를 되돌아보면서 정말 "개혁이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말을 절감합니다.

개혁의 성과가 컸던 분야도 있었지만 현실의 저항에 밀려 개혁이 지체된 분야도 있었습니다. 또시행착오도 없지 않았습니다.

특히 경제구조 조정과 세계화 개혁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하여 오늘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져오게 된 것이 무엇보다 가슴아프고 국민에게 송구스럽습니다.

어쨌든 문민정부 5년의 공과에 대해서는 대통령인 제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되고 부족한 일이 있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저의 부덕과 불찰의 결과입니다.오늘의 경제상황이 아무리 고통스럽다 해도 국민 모두가 굳센 의지로 합심단결한다면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는 날이 멀지않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리 국민은 과거 수많았던 국가적 위기를 용기와 슬기로 헤쳐 온 위대한 저력과 전통을 가지고있습니다. 외환위기가 시작된 이래 지난 3개월동안 우리 국민이 보여준 애국심과 참여의식은 매우감동적입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의 지도력과 경륜은 능히 오늘의 난국을 극복하고 나라를 다시 안정과발전의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온 국민이 지역과 계층, 여.야를 떠나 김당선자가 이끄는 차기정부의 경제회생노력에 적극 동참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이제 저는 한 사람의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조국의 번영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매일 간절히 기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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