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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의 세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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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비트'라는 한국영화가 있었다. 1950년대 미국의 주변부 문화에서 생겨난 비트(Beat)는 체제의 질서를 거부하고 문화적 상대주의를 신봉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문제지만 엉뚱하게도 비트세대의 정서를 대변했던 노래는 장윤현감독의 멜로영화 '접속'에 등장한다. 바로 주인공한석규가 찾아헤매던 '벨벳 언더그라운드'라는 밴드.

영화 전편을 타고 'Pale blue eyes'라는 우울한 노래가 흐른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노래는 발라드도 아니고 블루스도 아닌, 흔히 '사이키델릭'이라는 장르로 분류된다. 사이키델릭은 블루스에 바탕을 둔 록이지만 특별히 환각적인 분위기가 특징. 자세히 들어보면 애매모호한 가사 속에 마약이나 섹스와 같은 코드가 숨어있다.

"어제 우리가 했던 일(?)은 참 좋았어. 그리고 난 한번 더 하고 싶어. 넌 이미 결혼한 몸이지만 나의 가장 좋은 친구지. 그렇지만 이건 분명히 죄악이야"-'Pale blue eyes' 가운데 일부.규칙적으로 짤랑거리는 탬버린 소리에 맞춰 나른하게 울려퍼지는 루 리드(벨벳 언더그라운드의리더)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마약과 관련해 밴드에게 쏟아지는의심의 눈초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은 '헤로인(Heroin)'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당당하게 발표해충격을 줬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예나 지금이나 상업적인 면에서는 실패한 밴드로 평가받고 있다. '접속'이라는 영화가 아니었다면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파묻혀 있을 이름. 그러나 사이키델릭이라는 장르는알게 모르게 유명 뮤지션들에게 퍼져나갔다. 심지어 비틀즈도 'A day in the life', 'Lucy in theSky with Daimond'같은 노래에서 '환각'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결국 당시의 비틀즈 멤버들이 마약을 복용한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기도 했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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