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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문화재란 문자 그대로 문화적 재산이다. 인간이 영위한 삶의 총체적 모습이 문화이며, 문화재란그것을 향유하고 만들어낸 민족이나 국가의 전통문화를 실증하는 자산이다. '수준높은 문화재를가졌느냐, 가지지 못했느냐'는 그 민족문화의 저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문화재는 원형이 그대로 잘 보존되고 귀하게 대접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최근 우리 문화재가 일부 안이한 전문가와 장삿속에만 눈이 어두운 사람에 의해 변조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충격적이다. 보물 제641호 '선종영가집'(宣宗永嘉集)과 제1208호 '춘추경좌씨전구해'(春秋經左氏傳句解)가 바로 문제의 전적(典籍)들이다. 문화재전문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문화재로 지정된 이 전적들은 그간 고려시대의 것으로 대접받아왔으나 똑같은 판본들이 경남 양산시 대성암에서 발견됨으로써 '가짜'로 확인됐다. ▲새로 발견된 '춘추좌씨전'은 간행연도가 '선덕(宣德) 6년'(조선 세종13년), 보물로 지정된 책은 '선광(宣光) 6년'(고려 공민왕 23년)으로 돼있으나 '덕'자를 '광'자로바꾼 흔적이 역력하다고 한다. 또한 새로 나온 '선종영가집'은 조선조의 인수대비가 간행했다는간기만 빼고는 보물 제641호와 똑같아 인수대비 발문 부분을 고의로 떼어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어렵다. ▲전문가들은 이 전적들이 고서의 유통과정에서 값을 올리기 위해 누군가가 손을 댔을가능성이 짙다고 보기도 하지만 국가의 문화재 지정이 이토록 허술해서야 되겠는가. 가짜 거북선총통을 국보로 지정해 소동을 벌인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또 이 모양이니 한심하고 답답하다. 온갖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서글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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