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도층자제의 병역기피

사회지도층인사의 자제들 상당수가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 병역을 기피해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져 국토방위의 신성한 국민의무가 훼손되고 있음을 보고 또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감사원은 92~96년사이 병무청업무감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적발해 냈는데, 지도층인사엔 대학총장.전직국회의원.병원장.전직차관.목사등이 망라돼있다.

병역기피에 사용된 수법은 주로 해외유학을 빙자한 영주권획득, 또는 단독이민형태를 취했다. 만27세가 되면 유학중이라도 귀국해서 병역의무를 다하도록 돼있는 병역제도를 악용, 30세가 되도록 기다리다가 단독이민을 하는 수법을 쓰거나 현지의 미국국적취득자와 위장결혼하는 편법을 쓰기도 하면서 병역을 기피한 것이다.

이번 감사원 감사의 대상기간과 인원은 극히 제한된 것으로 미뤄 '돈있고 백있으면 군에 안간다'는 사회적 통념이 확인된 것 같아 분통이 터진다. 법앞에서도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개탄이 만연돼 있는 판국에 국민의 기본적 의무의 하나인 병역문제에까지 '유전면제 무전입대(有錢免除 無錢入隊)'가 사실로 드러난 것은 분개를 넘어 허탈해지게 한다. 더욱이 영주권취득자는 국내에서 1년이상 살지 않으면 병역의무가 없다는 법조항을 악용, 몇달씩 외국과 국내를 오가는 수법을 썼다니 기가 막힌다.

우리사회에서 병역의무의 본질이 훼손되기 시작한 때는 퍽 오래전 부터다. 월남전 참전때도 돈있고 힘있는 사람들의 자제는 위험한 전장(戰場)에 가지 않았다는 소문이 사실로 믿을 정도로 파다했었다. 그후에도 신체검사를 엉터리로 받아내 병역을 기피했다는 소문도 많았던게 사실이다. 실제로 정권이 바뀔때마다 숫자의 차이는 있었지만 국회의원.장차관 20~40%가 어떤 이유로든 병역을 마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국민들의 냉소를 사곤 했다.

병역의무를 다한 사람에 대한 직장에서의 배려가 시작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3년의 병영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나온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군에 가지 않은 동료보다 병역만기햇수만큼 사회진출이 늦었고, 상대적인 유형무형의 피해도 입었던게 사실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정당한 사유없이 병역을 기피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국민화합을 위해서도그렇고 신성한 국방의무가 변질돼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지금 남북이 여러 경로를 통해 때때로공식대좌하고 있지만 남북의 첨예한 군사대치는 세계에서도 중동 다음가는 화약고로 지목될만큼긴박한 상황이다. 국토방위의 임무가 존엄하다는 사실을 재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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