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혈병 의진이의 '등교 소망'

"빨리 나아 선생님 얼굴도 보고, 친구들과 함께 맘껏 뛰놀고 싶어요"

구미시 지산초교 2년 박의진군(8)은 반 친구 얼굴을 잘 모른다. 학교의 배려로 2학년에 가까스로복학했으나 한번도 가보지 못해 어떻게 반이 편성됐는지 모르기 때문.

의진이에게 '어둠'은 너무나 갑작스레 다가왔다. 초교에 입학한지 4개월되던 지난해 6월 어느날감기와 고열 증세가 나타났다. 곧 낫겠지. 그러나 1주일뒤 의진이에게는 안면 근육이 마비돼 입이돌아가고 눈 조차 감을 수 없는 시련이 기다렸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란 영남대병원의 진단. 의진이는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른다. 방사선치료다 혈액투석이다 고통스런 치료를 받기 싫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나 구미공단의 스티로폼 생산업체인 (주)제진산업에 근무하는 아버지(37)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바깥 일을 하던 어머니(35)가 늘 곁에 있게되면서 의진이의 눈치가 달라졌다.병원비를 대느라 집을 팔고 네식구가 전세방으로 옮겨야 했다. 투병 10개월여만에 돈이 바닥나이젠 병원조차 자주가지 못한다. 최근에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폐렴-패혈증 등 합병증 까지 생겨입원 치료가 시급한 상태.

의진이 부모는 치료비 마련을 위해 심장병재단 등 여러단체를 찾았으나 심장병이 아니라 돕기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

"골수이식 수술을 하면 완치된다지만 치료비가 없어 어렵고 우선 입원치료라도 받게했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의진이의 어머니 김득순씨는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버릇이 생긴 아들의 퉁퉁부은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혔다.

〈구미·李弘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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