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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서 찾는 인체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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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지산동에 있는 한국화가 이준일씨(50)의 화실.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10여명의 화가들이 몰려온다. 그들은 캔버스를 펼치지도, 팔레트에 물감을 짜지도 않는다. 그저 색연필이나 사인펜·연필에 종이만 있으면 그만.

제각기 자리를 잡는동안 앞 테이블위엔 누드모델이 숄을 걸친채 포즈를 잡다가 어느순간 연극무대의 막을 올리듯 숄을 걷어버린다. 사람들의 손은 거침없이 쓱쓱 움직이고….지난 86년 만들어져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누드 크로키 모임. 누드를 주제로 유화나 수채화를 그리는 화실은 더러 있지만 누드 크로키만을, 그것도 10여년이 넘도록 계속해오는 경우는 대구에서는 이 모임이 유일하다.

평소 누드 작업을 많이 해온 이준일씨가 혼자서 모델을 사용하다 모델료 등 현실적인 경비부담도덜 겸해서 누드 크로키에 관심많은 사람 너댓명과 함께 작업을 시작하면서 모임이 만들어졌다.모델의 공동사용이 주목적이므로 개인지도는 받지 않지만 이씨가 슬쩍 슬쩍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2~3분내에 완성하는 속사화(速寫畵)인 크로키는 선의 맛이 생명인데 누드 크로키는 인체의 움직임과 포즈, 그리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즉흥적인 선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어 정밀묘사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는 이준일씨의 누드 크로키 예찬론이다.

대부분 30~40대인 회원 17명중 9명이 미대졸업자들이고 8명은 치과의사. 정신과 의사. 교사. 주부등 다채롭다. 비전공자들중엔 10~20여년씩 그림을 그려왔거나 일요화가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어상당한 수준.

누드모델을 두고 남녀회원이 함께 작업하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전혀 없다. 한 남자회원은 "처음엔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무척 당황했지만 두세번 거듭하니 찌릿찌릿한 기분은 어느새 사라지고마네킹을 보는듯 아무렇지도 않더라"고 경험담(?)을 말했다.

여성모델만 쓰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여성회원들의 애교어린 항의(?)로 한때 남자모델 사용을 계획해보기도 했지만 쓸만한 남자 누드모델을 구할 수가 없어 포기해버렸다고.

지난 94년부터 매년 1회 '像-그 이후'전이라는 이름으로 누드 크로키전을 열어온 이 모임은 오는24일부터 30일까지 수성동아갤러리에서 다섯번째 전시회를 가진다. 예년과 달리 종이가 아닌 흙판에 누드를 그려서 굽거나 긁어내기도 하고 칠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낸것이 특징.

이 모임은 누드 크로키에 관심있는 사람은 모델사용료만 공동부담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오픈하고 있다. 문의 780-2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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