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 학부단위 모집제 논쟁

수요자 중심 대학교육을 내세우며 지난달 1일 학부(또는 복수학과) 단위 신입생 모집을 적극 권장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발표되자 경북대, 안동대를 비롯한 전국 국립대학들이 '학부제 논쟁'에 휩싸였다. 학부 모집제가 전면 실시되면 대학의 기본틀이 송두리째 바뀔 전망이라 대학인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찬·반 논쟁을 통해 우리 대학이 나갈 방향을 짚어본다.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 희망에 따라 다양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학부 제도의최대 장점. 또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탄력있게 양성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지금까지는 일단 대학의 특정학과에 입학하면 적성과 희망에 관계없이 이수학점을 채우고 졸업하거나 자퇴할수 밖에 없었다. 복수전공제도가 있긴 하지만 '다른 과(科) 학생'이라는 보이지 않는편견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학부로 입학한 학생은 그 모집단위의 1개 전공(최소 전공인정 35학점)을 반드시 이수해야하지만 나머지 1~2개 전공은 자유롭게 선택할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사회진출 기회를 얻게된다.수업의 질도 향상된다. 교수들이 자신의 강좌가 학생들의 외면을 받고 폐강되는 것을 막기하기위해 강의준비에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진출이 쉽고 인기있는 전공에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은 불가피하고 자연스럽다는 입장. 모든 문제가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기초학문이 뿌리채흔들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에 기초학문 육성을 위한 특별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다.박우철 경북대 교무처장(57)

학생 선택권의 확대라는 장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교육시설과 교수·학생의 정서, 파급효과 등에대한 종합적 검토 및 장기대학발전 계획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시행에는 반대한다.

학부 모집의 전면시행은 교육을 '상품화'하고 지나치게 '시장논리'에 종속시키는 부작용을 피할수없다. 학생들은 적성과 상관없이 취업에 유리한 인기전공에 편중되고 이에따라 기초학문은 그 존립 기반을 잃게 될 것이다.

또 특정전공에 많은 학생들이 몰릴경우 이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강의실과 교수진이 충분한지도의심스럽다.

특히 과(科) 선·후배, 지도교수로 엮어진 대학의 공동체문화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면서 겪게될 '정신적 충격'도 과소평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으로 대학에 입학한 후에또다시 경쟁자만 가득찬 삭막한 현실과 만나게 될 것이다.

더욱이 학부 모집은 지방과 서울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수도 있다. 일단 대학에 입학하면 어느 전공이든 선택할수 있기 때문에 우수 학생들의 서울 유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다.권형국 경북대총학생회 학원자주화추진위원회 위원장(23)

학부 모집이 시행되면 20~30년 된 낡은 노트를 들고 매년 똑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무성의한 교수들의 설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교수사회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학생들은 전공선택의 자율성을 얻는 대신 대학생활의 한 축이었던 과(科)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만큼 대학생활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가중될 것이다. 대학측의 학부 모집 논의는 '시장원리'와 '선택의 다양성'만 강조했지 학생들의 정신적·심리적 측면을 과소평가하고 있다.새 제도 도입에 앞서 대학은 학교생활·전공선택·장래진로 결정 등에서 겪는 각종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할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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