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4지방선거 골인을 향해…경북지사

웅도 경북의 도백직을 놓고 3년만에 재대결을 벌이는 이판석(李判石), 이의근(李義根)두 전.현직 경북지사의 한 판 싸움은 시간이 갈수록 치열한 접전으로 치닫고 있다.

"경북 가구당 소득이 전국 꼴찌"라는 통계청자료를 놓고 지난 주 감정섞인 성명을 두 번씩주고받은 것은 한차례의 오픈게임에 불과했다. 사무실을 내고 기획단을 가동하는 등 벌써부터 양 진영은 쟁점마다 충돌하고 있다.

자민련 공천이 확실시되는 이전지사는 지난 선거의 석패를 이번에 꼭 설욕하겠다며 대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돌아온 황소, 힘있는 도지사'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이전지사의 선거전략을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문구.

이에 대해 이지사는 '중단없는 도정'을 내세우면서 민선 1기동안의 업적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전지사는 우선 여권인 자민련이라야 지역개발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여당지사 우위론'을 역설했다.

정계개편을 통해 조만간 소수당으로 전락할 한나라당으로선 지역개발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심지어 차기 지사 임기 4년동안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존속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지사는 이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반응.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은 한나라당뿐이며, 경북도내 국회의원 대부분이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호흡을 맞추기도 쉽다는 '지역 다수당 지사유리론'을 내세운다.

오히려 자민련이야말로 국민회의의 들러리 정당이라고 공박하고 국민회의와의 공조가 언제까지 지탱될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전지사의 공격은 지난 3년간의 도정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이지사가 아무 실속없이전시행정에 지나친 예산을 낭비한 만큼 이를 철저히 파헤쳐 선거기간동안 중점적으로 파고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드는 분야는 홍보예산이다. 97년 26억원을 집행해 96년 대비 75%나늘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화보형태로 내는 '경북도정'을 96년까지만 해도 매월 9천부씩 내다가 97년 들어서부터 2만2천부로 늘렸다며 이는 다음 선거를 위한 홍보용이라는 의혹을 지울수 없다고 말했다.

이전지사는 또 이지사가 도청이전을 공약했으나 지키지 못했고 치적으로 내세우는 각종 사업 역시 중앙정부가 계획한 국책사업으로 이지사의 발상은 아니라고 공격의 톤을 높였다.그러나 이지사는 민선 1기동안 전국16개 광역단체장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만큼 많은일을 했다며 공격적 방어에 나선다.

북부지역 개발촉진지구 일괄지정 및 개발, 문경폐광지역 진흥지구지정 개발, 포항 영일만 신항 본격건설, 구미 제4국가산업단지 지정 등 각종 숙원사업을 해결해 획기적인 지역개발의터전을 닦았다는 것.

경주 세계문화엑스포를 통해 경북을 문화.관광의 중심지로 키우고 있으며 동북아지역 자치단체연합을 창설해 경제교류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도 주요 업적으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을 받는 등 각종 평가대회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청이전 문제의 경우 도민화합과 경북 발전을 위해 도청을 이전하려는 것인데 현 상황에선어느 곳으로 옮기더라도 부작용이 훨씬 커 옮기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받아쳤다.이전지사는 95년, 낙선의 고배를 마신 뒤 3년을 그냥 허송세월한 게 아니라 끊임없이 도정을 공부했다는 사실도 함께 강조한다. 그는 그동안 연구해온 것들을 교수단의 자문을 거쳐공약으로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행정, 환경복지, 지역경제, 농어업, 문화교육 등 5개 분야별로 새 정책을 제시하겠다는 의욕을 내보였다.

이지사의 자신감도 만만찮다. 경북의 내일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 능력과지도력을 검증받았다고 강조한다.

정책분야에 대해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의 장기발전 계획인 '21세기 신경북비전'을 수립한 것을 내세운다.

이지사는 이에 더해 최근의 경제국난을 최대한 빨리 극복하기 위해 첨단산업기술단지 조성,국내외 기술집약사업 유치 등 도차원의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에서 치열하게 맞선 만큼 이들은 판세분석을 놓고서도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먼저 한판승을 거뒀던 이지사는 이번에도 무난하게 재선고지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3년간 도내 곳곳을 발로 누비며 현장행정을 펼쳐왔으며 이를 표로 이끌어 낸다는 것.이전지사는 이에 대해 상황이 바뀌었다고 공격했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엇갈렸으며 도내유권자들은 힘있는 여당지사를 원하고 있어 이번만은 이길 수 있다고 벼른다.

숙명의 재대결을 벌이는 이들은 일하는 스타일에서도 큰 대조를 보인다.

이전지사가 보스타입에 강한 추진력을 자랑한다면 덕장(德將)으로 불리는 이지사는 원만한인간관계를 장점으로 꼽는다.

그러나 닮은 모습도 적지 않다. 특히 이력서를 한 군데 놓고 보면 학력부터 경력까지 착각할 만큼 비슷하다.

이때문인지 이들은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절친한 사이이다. 사석에서는 선후배로서 서로 깍듯한 예우를 아끼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 특별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두 사람의 이같은 인연에 따른 대결때문인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틈새를 노리고 국민신당에서는 한점수(韓點洙.전 경북대교수)경북경주을 지구당위원장 입후보를 내비치고 있다.

정가에서는 그러나 이번 선거가 두 전.현직지사의 2파전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지역적 판세만을 놓고보면 경북북부에서 이전지사가 우세한 반면 동남부에선 이지사가 앞선 추세를 보인다.

전체적으론 이지사가 3년간의 도백활동에 힘입어 현재 다소 앞선 것이 사실. 그러나 이전지사의 뿌리깊은 지지세 역시 만만찮아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불붙으면 결과를 쉽사리 점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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