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평생의 직업은 전도하는 농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2대 사무총장을 지낸 건축학자이자 시민운동가 유재현씨가 최근 풀무원 공동체 한삶회의 창시자 원경선씨의 전기 '생명을 풀무질하는 농부'(한길사 펴냄)를냈다.

92년 환경운동과 시민운동의 현장에서 처음 만난 이후 원경선씨의 행적과 사상, 그리고 실천의 삶을 알리는 걸 "필생의 사명"으로 삼게 됐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초등학교를 간신히마친 한 시골농부가 어떻게 굶주리는 이들, 전락해 갈곳 잃은 이들과 한그릇의 밥과 쉼터와일터를 나누는 이타적 삶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대담과 구술을 통해 그려보이고 있다.경기도 양주군 회천읍 옥정리에 자리한 풀무원 농장.

이곳에는 올해 여든 다섯살인 원장 원경선씨와 부인 지명희여사 외에 여섯가구가 무공해 농사를 지으며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

'함께 먹고 살자!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살자! 사람이 바르게 살려면 우선 먹는 문제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 바르게 살려면 제 손으로 제 먹을 것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니 누구든오라! 제손으로 일해서 굶주림을 물리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은 누구든지 오라!'는 것이풀무원 농장의 정신이자 생활방식.

원경선씨는 지난 55년 나이 마흔이 넘어 경기도 부천에 개간도 안된 땅 1만평을 마련, 공동체운동을 시작했다. 이 농장은 협업체제로 운영됐는데 초기에는 구성원들이 주로 깡패나 떠돌이였다. 원경선씨는 이들에게 땅의 고귀함과 노동의 신성함을 가르치면서 바르게 사는 삶으로 이끌었다. 76년 이곳 양주군으로 옮겨와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을 시작하면서 바른 농사를 지향하기 위한 정농회를 창설했으며 이기적인 사유욕을 버리고더불어 사는 삶을 실현하기 위해 공동경작, 공동소유, 공동분배의 한삶회를 설립했다. 국회의원을 지낸 장남 혜영씨를 비롯해 원경선씨의 일곱 자녀들도 모두 어린시절부터 공동체의한 구성원으로서 일하며 컸다.

이같이 나눔과 공유의 철학을 실천하며 살아온 원경선씨는 여러 시민운동의 프로그램에서그 구체적 모델이 되었으며 92년 녹색인상, 95년에는 UNEP 글로벌 500상을 받기도 했지만"내 평생의 직업은 오로지 전도하는 농부"라고 말할 뿐이다.

이 책은 1914년 평안남도 중화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원경선씨의삶을 새 생명을 일구는 사람들/ 더불어 사는 사람들/ 굶주림과 싸우는 사람들/ 기도하는 사람들/ 사랑을나누는 사람들/ 준비하는 사람들/ 나무를 키우는 사람들/ 함께뿌리고 거두는 사람들이라는장으로 나누어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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