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향교가 30일 오후1시30분 5천번째 전통혼례쌍을 탄생시켜 고유 혼례의 맥을 이어가는보루로 각광받고 있다. 손바닥 뒤집듯 쉽게 헤어지는 세태에 경종을 울리며 기러기처럼 부부의 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백년해로하라는 의미를 담은 전통혼례를 대중화한지 40년만에맞은 경사.
5천쌍 혼례기록은 국내에서 유일하며 대구향교의 이같은 혼맥잇기는 경주·광주 등 타 지역향교 등을 잇달아 전통혼례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고법을 따르던 시절에는 혼례를 마치려면2시간씩 걸렸지만 스피드시대에 맞춰 지금은 신부가 가마타고 입장할때부터 퇴장할때까지20분가량으로 혼례시간을 줄였다.
초록 나무 아래 차려진 초례청 바닥에 짓궂은 아주머니가 슬쩍 콩알을 던진줄 모르고 절을하던 신랑이 넘어져 밉지않은 웃음을 선사하고, 장가못간 신랑친구들이 신부가 탄 가마를마구(?) 흔들어대 어지럼을 태우는 것도 잔칫날의 재미이다.
전통혼례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문화를 알리는 길잡이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달 호주신랑 마크 바우라씨(은행원)가 대구여성 박수정씨(홍콩 케세이퍼시픽)에게 장가들던 날에는 호주 현지에서 날아온 신랑 하객들로 붐볐으며, 같은 날 박윤선씨에게 장가든 홍콩남자등안광씨(컴퓨터엔지니어)는 친영례·전안례·교배례·근배례로 이어지는 우리네 가례문화에 반해버렸다. 지금까지 대구향교에서는 30여쌍의 외국인이 전통혼례를 치렀다.지난 2월 여기서 원삼족두리·사모관대를 썼던 양은숙(약사) 조태현(치과의) 부부는 건전혼례공모전에서 전국대상을 타 혼례낭비를 막고 전통도 지키는 파수꾼이 됐다.
행운의 5천번째 커플은 서광덕(기술보증기금 대구동지점) 김선주씨(대구시교육청 총무과).동갑내기 캠퍼스 커플로 결혼에 골인한 이들은 "IMF로 어렵지만 검소하고 의미있는 출발을하고 싶었다"며 향교가 선물한 목기러기를 품에 안고 윤선도가 머물던 전남 보길도로 3박4일간 신혼여행을 떠났다.
"전통혼례를 통해 향교와 대중과의 거리감을 많이 좁혔다"는 대구향교 구경회 전교는 대구시 전통혼례보급위원회를 결성할 뜻을 밝혔으며, 곽경순총무(집례)는 짝을 맺으면 한평생 한마음인 기러기부부처럼 다정하게 살라는 덕담을 아끼지 않는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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