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용사 진종생씨(54)의 아내 신순덕씨(49). 71년 결혼 직후부터 신씨는 '아내'가 아닌'전우'로 살아왔다. 20년 넘게 끌어온 고엽제 후유증과의 길고 지루한 싸움. 3년전 추석귀향길에 쓰러져 식물인간이 된 남편은 아직도 병상에 누워있다.
"결혼할 때만 해도 남편은 건강하고 자상한 사람이었어요. 월남전 후유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또렷해지더군요. '고엽제'란 말은 92년도에 처음 들었습니다" 이유없는 두통과 가슴 떨림을 자주 호소하던 남편. 파월용사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악몽과 피해망상 때문에 술에 의지하게 되면서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는 일도 늘어 갔다. 그때마다 신씨는 5남매를 외가에 보내고 남편의 마음까지 병들게한 전쟁과 담담히 맞섰다고 한다. 신씨가 방앗간일로 모은 '푼돈'은 치료비 대기에도 빠듯했다.
"남편이 내미는 월급봉투를 받아보는게 소원이었어요. 지금은 남편이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며 살고 있답니다" 신씨가 품안에서 꺼낸 빛바랜 흑백사진. 월남에서 남편과어깨를 걸고 사진을 찍었던 전우들은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됐고 이제 남편만 남았다. 신씨는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남편의 손을 붙잡고 언젠가는 일어날 것이란 믿음을 버리지 않고있다.
현충일인 6일에는 직장과 학교로 흩어져 따로 살고 있는 5남매가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보훈병원으로 찾아올 것이다. 남편의 곁에서 24시간을 다 보내는 신씨는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거창 외가집에 맡긴 막내아들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린다.
"자식들한테만큼은 이 전쟁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도 전쟁의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도 알아줬으면 고맙겠습니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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