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아직도 돈 많은 나라?

며칠전 호주에 사는 친척이 잠시 귀국했다. 다년간 해외에서 생활한 때문일까, 우리의 사고나 생활방식의 여러가지가 거슬렸던듯 자주 비판적인 말씀을 했다. 한국적 상황을 고려치않은채 들추는 문제점들도 더러 있었으나 공감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IMF 잘 터진거야. 한국사람들 이 기회에 정신 좀 차려야해"(아니, 이 무슨 악담인가?) "무슨 말씀이세요? IMF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허리띠 졸라매고 사는데요" 내가 그렇게 맞서자그분 왈 "그건 서민들이지. 돈많은 사람들은 IMF와 전혀 상관없이 살고 있어"라고 잘라 말했다.

그분의 분노는 서울도착 다음날부터 시작됐던 모양이었다. 호주에서 골프관련 사업을 하는그분은 친구내외의 안내로 골프장에 갔다한다. 평상복차림으로 골프를 즐기는 호주문화에익숙한 그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온통 외제상표로 치장한 한국의 골프문화였다.골프샵에 동행한 친구의 아내가 장당 20만원짜리 수입 티셔츠를 주저없이 2장이나 구입하는데는 기가 딱 막히더라고 했다. 다음으로 안내된 곳은 고급품만 취급한다는 서울의 모백화점. 무조건 유명 수입브랜드만 찾는 친구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 털어놓았다.비싸기로 소문난 수입브랜드의 옷이 한국에서 제일 잘 팔린다는 말이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인 TGIF가 한국상륙 첫해에 세계 최고 매출기록을 세웠다는 말은 무얼 의미할까. 본거지미국에서는 이미 한물간 햄버거와 프라이드 치킨이 한국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과연 맛이나 품질이 그토록 뛰어나기 때문일까.

사치와 허영의 결과로 우리는 지금 이 어려움을 만났다. 그러나 우리 주변엔 IMF와 상관없이 살아가는 부류의 사람들도 적지않다. 우리 국민 1인당 5백만원의 빚을 안고 있다는 공익광고를 난 아직 실감하지 못하겠다. 내눈엔 여전히 우리가 잘 사는 나라의 국민처럼 비쳐지는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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