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라사랑이 지식보다 소중

오늘은 한국전쟁 발발 48주년인 6.25. 대구시 달서구 남중학교 김길룡 교장(65.대구시 남구봉덕동.사진)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병무비리'를 보면서 48년전 전쟁터를 떠올린다. 나라가 바람앞에 등불같던 그 시절, 또래의 고향 친구들이 보여줬던 약한 모습이 병역기피로 말썽을 빚고 있는 지금의 젊은이들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

6.25 발발 당시 대구상업중학교 5학년에 재학중이던 김교장은 50년 9월 고향인 경북 영천에서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했다. 마을 사람들이 인민군의 포격을 피해 모두 짐을 싸던 때, 푸른옷을 입고 사선(死線)으로 나섰던 것.

"고향 친구 5명과 함께 당시 영천에 주둔하던 1201 야전공병단에 자진 입대했죠. 외동으로부모님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지만 주저하고 있을수 만은 없었죠"

입대직후 울산의 훈련소로 이동했지만 함께 입대하기로 약속했던 친구들은 한 명도 보이지않았다. 입대약속만 해놓고 도중에 모두 줄행랑을 쳤던 것.

"입대당시 불리하던 전세를 뒤바뀌어 평안남도 개천까지 진격했습니다. 보급로가 끊겨 담요 한장으로 겨울을 버텼지요"

53년 6월 제대한 김교장은 전쟁에 참가한 덕분에 동기들보다 2년이나 늦게 대구상고를 졸업했다.

"당시 군입대는 곧 죽음의 길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요즘의 병무비리 못지 않게 그 당시에도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한 비리가 많았죠. 대학에 입학하면 군입영이 연기되었기 때문에 대학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날 정도였으니까요"

올 8월이면 정든 교직을 떠나는 김교장.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세상의 어떤 지식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을 키우는 것이 남은 임기에 꼭 이뤄야 할 목표라고 말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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