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0여년만의 '선 전통 바로세우기'

불성은 실재하는 것일까. 깨달음의 실체는 무엇일까.

수천년 묵은 화두이지만 이 논쟁은 끝나지 않았고 개념의 혼란이 더해져 선불교의 전통을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고불총림 백양사(주지 지선)는 비백교학연구소(소장 혜묵)와 함께 한국불교의 선 전통을 곧추세우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8월 18∼22일 전남 장성의 백양사에서 무차선회(無遮禪會)를 연다.

무차회란 범어로 'Panca-parisad'라 하며 한자 뜻 그대로 아무도 가리거나 막지않고 재법을베푸는 법회를 일컫는다. 여기서는 신분이나 귀천에 관계없이 바른 법을 세우기 위한 대화의 장이 열렸고 7세기 중국 당나라 측천무후 때의 무차회에서는 남종선이 6조 혜능의 법통을 이어받은 것이 확인되면서 선종의 역사를 바꾸어놓기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12년 금강산 건봉사에서 한암 스님이 개최한 이래 80여년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이번 무차선회의 주제는 한국 조사선 전통의 재확립. 손꼽히는 고승들의 설법을 듣고 선승들과 각국의 불교학자, 신도들이 함께 토론함으로써 바른 법을 세우자는것이다.여기에는 물질을 지나치게 숭배해 경제위기가 온 만큼 정신세계의 중요성을 재인식함으로써국난을 극복하자는 뜻이 담겨 있으며, 이번 기회에 선을 중국과 일본의 전통으로만 잘못 이해하고 있는 서구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 법회를 준비하게 된 것은 세계적인 불교석학 칼루파하나 교수(미 하와이대)와 서옹 백양사 방장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중국과 일본의 선을 주로 연구해오던 칼루파하나 교수는 지난해 서옹 큰스님을 두차례 친견한 뒤 비로소 그동안 풀지 못하던 의심을 버리게 됐고 "이분같은 선지식을 왜 널리 알리지 않느냐"고 권유해 이뤄지게 됐다.

고불총림 무차선회는 서옹 큰스님, 혜암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진제 해운정사 금모선원 조실이 설법하는 고승대법회, 5개국 학자 20여명이 참가하는 국제학술대회, 신도 선 워크숍 등으로 이뤄지고 서옹.혜암.진제 큰스님을 찍은 사진작가 박보하씨의 사진전도 곁들여진다. 또모든 행사과정을 나우누리와 비백교학연구소의 인드라넷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표될 논문은 종림 고려대장경 연구소장의 '현대 한국 선불교 논의에 나타나는 본성론적인 전제들의 반성', 심재룡 서울대 교수의 '한국불교 전통에서 임제록의 위치', 박성배 미 뉴욕주립대 교수의 '참사람으로의 전환-선서와 성경의 비교를 통해 본 깨우침의 의미', 루이스 랭카스터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의 '동북아 불교 연구에서의 한국 선의 역할과의미', 마쓰모토 시로 일본 코마자와대 교수의 '선사상에 대한 비판적 고찰', 스튜어트 맥팔레인 영국 랭카스터대 교수의 '자연과 불성-비판적으로 검토해본 동북아 불교의 환경론적관점', 요하네스 브롱크호스트 스위스 로잔대 교수의 '인도불교 전통에서의 자아와 명상개념' 등 15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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