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리막행진 환율 정부 개입할까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환율은 시장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1천2백원대를 계속 유지할 경우 제한적으로나마개입할 것이란게 외환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8원이 낮은 달러당 1천2백80원으로첫거래가 이뤄진 뒤 1천2백68원까지 떨어졌으나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란 소문이돌면서 1천2백82원으로 마감됐다.

이같은 하락세는 경상수지 흑자행진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거주자 외화예금도 증가세를 지속하는 등 달러의 공급우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1천2백50원대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 외환딜러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재의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인 달러 공급 초과에 의해 하락세가 주도되고 있는 만큼 우리경제의 여건이 완전히 호전되지 않는 한 1천2백대의 환율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지금처럼 시장에 달러의 공급이 계속되는 한 당분간 소폭의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물론 엔-달러 환율이나 노동계 총파업 등 상승요인도 없지는 않지만 15일 엔-달러 환율이 1백39.8엔으로 상승하는 등 엔화가치의 회복세가 기대되고 있고 노동계의 파업 움직임도 아직은 외국인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라는 점에서 이 두가지 변수는 아직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칠만한 힘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지금의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그대로 둘 경우 새로운 심리적 저지선이 되고 있는 1천2백50원대를 돌파해 1천2백원도 깨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외환딜러들은 이같은 시장의 움직임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의 시장개입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불개입이다. 15일 외환시장에는 한때 정부가 개입을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정부는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재정경제부는 공보관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일부 언론이 보도했으나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도 이날 오전 "정부가 외환시장에 섣불리 개입해서는 효과가 없다"고 말해 불개입 입장을 분명히 했고 이에 앞서 지난 13일 이규성 재경부장관도 "환율이 1천2백원대까지 내려가도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그러나 외환딜러들은 환율이 더 내려갈 경우 개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IMF가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지금의 추세로 보아 환율의 자연스런 반등을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란 것이다. 즉 정부의 불개입 천명은 본격적인 시장개입에 앞서 적정한 타이밍을 찾기 위한 숨고르기이며 그 시기는 달러당 1천2백50원대가 형성되는 시점이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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