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대표시인 이상화의 작품이 '대구사투리'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잘못 해독돼 지금껏 왜곡된 형태로 전해 내려왔다는 주장이 한 국문학자에 의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최근 '상화(尙火) 시(詩)에 나타난 방언(方言)과 텍스트'라는 논문을 완성한 경북대 이상규교수(46.국어국문과)는 "현재까지 출판된 '상화시집'의 오류가 시(詩) 본래의 의미를 크게 훼손, 다시 써야할 수준"이라고 밝혔다.
…네가끌었느냐 누가부르드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상화의 대표적 작품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한 구절로 고교 교과서에 실린 내용. 그러나 '답답워라'는 대구방언형 '답답어라' 또는 표준형인 '답다워라'로 표기돼야 한다는 것.'답답워라'는 대구방언을 중부지역 방언식으로 해석한 오류라는 설명이다.
아예 의미가 전혀 달라진 경우도 있다.
…진흙밥으로 햇채를 마셔도…'가장 비통한 기욕(祈慾)의 구절'
'햇채'는 대구방언의 '햇채구딩이' 즉 '시궁창'을 의미하지만 대부분의 시집이 '주석'을 달지 않은채 그대로 옮겨놓아 많은 경우 '해채(海菜)'로 잘못 해석되고 있다.
또 있다. 대구행진곡의 한 구절인 '…쓴눈물 긴한숨이 얼마나 쌔ㅅ기에 …'중 '쌔쌔ㅅ기에'를 한 출판사는 '강하다'는 의미의 '쌔쌔ㅅ에'로 바꿔놨지만 '쌔ㅅ다'는 말은 대구방언으로'매우 많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교수는 이와 비슷한 오류가 60여편 남짓한 상화 시(詩) 가운데 무려 2백여곳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껏 상화 작품에 시도된 각종 논문과 평론이 이런 오류속에 이뤄졌다면 과연 올바른 평가를 받을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것.
결국 상화는 몸에 배인 대구지역 사투리를 자신의 작품에 그대로 반영했음에도 불구, 50년대 상화시집을 첫 출판하면서 대구방언에 대한 이해 없이 교합본(校合本)을 만든 것이 한국문학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는 원인이 됐다는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이 교수는 "상화(尙火) 작품이 이토록 훼손된 채 방치돼 왔다는 것은 우리문학도 해방이후거품성장을 해왔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며 "시비제막, 동상건립 등 전시행사보다 '대구방언사전'을 편찬, 향토 작가들의 작품을 되살리는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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