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감에 스민 효도 넉넉한 가족사랑

아버지의 팔순을 맞아 5자녀와 사위·손자손녀 등 3대에 걸친 가족 16명이 사랑이 듬뿍 밴효도 전시회를 열어 화제가 되고있다.

3일 대구은행본점 갤러리에서 테이프를 끊은 '아버지를 위한 윤순희 가족그림전'(8일까지).부모자식간 사랑도 돈으로 계산되는, 냉랭한 요즘 사회에서 넉넉한 가족사랑분위기를 자아내 찾는 이들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정규교육을 못받으셨던 아버지께선 어려운 형편에도 1남4녀의 우리남매 모두를 대학이나대학원까지 보내주셨지요. IMF로 모두들 가슴 한구석이 쓸쓸한 요즘 팔십평생 어려운 세파를 헤치며 오늘의 우리들을 만들어 주신 아버지께 서툰 그림들이지만 저희 자식들의 사랑을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5남매중 유일하게 미대를 나온 막내딸 윤순희씨(42·서양화가)는 막둥이가 아버지에게 재롱떠는 기분으로 이번 가족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전시회엔 맏딸 순남씨(52)와 둘째딸 복순씨(50), 셋째딸 복남씨(48·계명전문대 교수), 외아들 재철씨(46·미국 페르미연구소 선임연구원), 다섯째딸 순희씨 등 5명을 비롯해 맏사위 성창섭씨(57·회사원),둘째사위 송대헌씨(50·회사원), 막내사위 김판호씨(45·은행원), 그리고이들 자녀에게서 난 7명의 손자손녀가 유화·수채화·한국화·판화·색연필화·서예·컴퓨터그래픽까지 모두 35점을 냈다. 순희씨외엔 모두가 아마추어들이지만 평소 취미삼아 그려온 솜씨로 아버지 윤장운옹에게 잊지못할 팔순선물을 하게 된 것.

가족전이라는 자녀들의 성화에 못이겨 아버지 윤옹과 어머니 신갑상씨(75)도 일생일대(?)의작품을 내놓았다. 윤옹은 발명왕이라는 애칭답게 쓰레기소각용 모형을 흙으로 빚어 내놓았고, 평생 그림이라곤 그려본적 없는 신씨는 한번의 연습끝에 자신이 농사지은 호박과 가지·고추따위를 수채화로 그려 내놓았다.

전시장 한쪽엔 포목장사를 했던 윤옹이 늘 지녔던 주판과 신씨가 이불꿰맬때 썼던 굵은 실타래, 6학년 국어책을 옮겨쓴 신씨의 노트 한쪽이 보물처럼(?) 전시되고 있다.자신을 위한 전시회에 대해 "내사 늙어 아무것도 모른데이"라며 짐짓 어색해 하던 윤옹도 "이렇게까지 애쓸 필요는 없는데…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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