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유육성 꿈 피기도 전에 시든다

대구 섬유산업 발전을 위한 '아시아의 밀라노'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지역 섬유업계 및 대구시의 동상이몽(同床異夢), 지역 정치권의 무관심과 더불어 예산지원이 난관에 부딪치고 있기때문이다.

지난4월 김대중 대통령의 대구섬유산업 육성 지시에 고무된 지역 섬유업계와 대구시는 섬유인프라 구축 등을 내용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만들었다. 이어 지난5월말 6월초엔 산업자원부와 대구시 공무원, 지역 섬유단체장들로 시찰단을 구성, 이탈리아 밀라노와 일본의 섬유산지를 둘러보고 다품종 소량생산의 밀라노와 소품종 대량생산의 일본 방식을 절충한 대구 섬유산업 육성시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 6월말 산자부가 발표키로 했던 대구섬유산업 육성 확정안은 7월말로 한차례 미뤄진 뒤 기약이 없다. 그사이 산자부는 기획예산위와 예산지원 문제를 절충했으나 대구시가 기획한 '어패럴 밸리'조성계획은 지원이 거부됐다.정부예산 지원이 가능한 경로가 비영리 법인 및 단체로 한정돼 지역 섬유산업 육성방안대로예산을 지원할 수 없는 점도 걸림돌이다. 올해 지원이 확정된 예산은 섬유개발연구원과 염색기술연구소의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 건설에 각각 40억원씩 80억원뿐이다. 섬유개발연구원과 염색기술연구소에 '쉽게' 예산이 지원된 것은 모두 비영리 법인이기 때문이다. 반면직물업계가 비영리 법인으로 전환키로 했던 대경상사는 정부의 산하단체 정리방침에 발이묶여 비영리 법인 전환이 안돼 예산지원에서 제외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구시와 지역 섬유업계는 따로 놀고있다. 대구시는 지역 섬유산업 발전을위해선 고부가 산업인 어패럴 산업의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어패럴 산업이 발전해야 지역 직물산업의 발전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섬유업계는 대구시의어패럴 밸리조성 계획에 대해 당위성은 인정하나 시기상조로 보고있다.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는 만큼 지역 섬유산업 기반을 고려한 육성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패럴 밸리 조성에 예산지원이 거부된 것과 관련 섬유업계는 대구시가 어패럴 산업 육성의 타당성을 산자부와 기획예산위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섬유업계, 특히 지역 직물업계가 훼방을 놓아 예산지원이 거부됐다고 흘리고있다.

감나무밑에 앉아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대구시와 지역 섬유단체장의 행태도 문제. 대구시는 어패럴 밸리에 대한 지원이 무산된 뒤 주무 과장만 서울로 올려보냈을 뿐 시장·부시장 등 고위직들은 지역 섬유산업 육성과 관련 산자부와 기획예산위 등을 상대로 예산로비에나서지 않았다. 지역 섬유단체장 역시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곤 주무부처인 산자부 공무원 얼굴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역 섬유업계 일각에선 일할 수 있는 '젊은' 50대 단체장을 선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국회 섬유산업연구회'에 대거 적만 올려놓았지 지역 섬유산업의 동향이 어떤지 신경조차 쓰지않고 있는 실정이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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