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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갈 곳을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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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을 살펴보면 시대가 인간을 규정할때와 인간이 시대를 규정할 때로 가름된다.인간이 시대를 규정할때는 숨김(隱)의 삶과 드러냄(現)의 삶으로 인간상을 대별할 수가 있다. 시대가 자신과 맞지 않을때는 자발적으로 몸을 숨김으로써 생을 끌고갔던 사람들을 역사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숨김과 드러냄은 얼핏 반대 개념으로 이해되지만 자신과 역사를 바라보는 방법의 차이일뿐,항상 교차되는 삶의 통로이다.

은둔의 삶에서 현세의 삶으로 넘나드는 자유로움은 인간이 주어가 되어 시대를 서술하는한보장되어 있다. 반면 시대가 인간을 규정할때는 보존과 폐기의 법칙이 작용한다. 시대에 부응하는 기능을 가진 사람은 우상화되어 모자랄것이 없게 되고, 시대적 기능을 갖추지 못한사람은 퇴출되어 버림을 받게 된다. 지금 우리는 시대가 인간을 규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그리고 그 몸살을 몸소 겪고 있다.

이른바 구조조정이 그것이다. 한번 버림을 받게되면 당장 삶을 마감할 수 밖에 없는 극단적인 시대의 횡포에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직업을 잃는 것은 돈을 잃는것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잃는다는 것은 생명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시대를 규정할 때는 비록 남루한 삶이지만 여유와 풍류가 있었다. 은둔의 공간은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공간이었기 대문에 오히려 숨김으로써 그 위명을 더욱 드러낸 사람이 많았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지금, 밀려나면 갈곳이 어딘가. 아득한 시대다.〈스님·동화사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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