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망가진 고분군

경북 군위군 효령면 고곡리에 있는 4~7세기 신라시대 대규모 고분군이 농산물가공공장 신축공사로 철저히 파괴돼 학계와 시민단체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중장비에 파헤쳐져 망가진 석실고분과 현장에서 발견된 석곽분 내부.

〈23일 오후· 鄭又容기자〉

4~7세기 신라시대의 고분 수백기가 널려있는 경북 군위군 효령면 고곡리 고분군이 이 일대에 대한 당국의 어처구니없는 농산물가공공장 허가로 무참하게 파헤쳐져 고대사 연구의 주요 유적 원형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와 관련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문화재관리당국과 협의조차 않고 민간업자에게 사업계획을 승인하고 공장 건축허가까지 내준 군위군에 대해 원상복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당초 국유림인 이 일대(고곡리 산 23 독점마을 뒤)를 사들인 임모씨로부터 토지사용 승낙을 받은대구의 농산물가공업체 (주)천재(대표 김재식)가 지난 6월부터 농산물저온창고및 가공처리공장 신축공사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인 정도건설이 중장비를 동원, 고분군일대 3천3백여평을 완전히 파헤쳐, 석곽분.봉토분등 수백기의 고분이 헐려나가고 부장품인 갖가지 토기 파편이 제멋대로 흩어져 일대는문화유적지로서의 모습을 잃고 황폐화한 상태다.

이 곳은 지난해 국립대구박물관이 펴낸 지표조사보고서에 군위군 소보면 평촌리, 우보면 나호리등 군위지역 12곳 고분군의 하나로 나타나 있으며, 특히 군위 고분군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원형이 잘 남아있어 경북도 문화유적총람에도 실려있다.

말썽이 일자 지난 8월말 뒤늦게 공사를 중단시킨 군위군측은 "이 일대가 고분군인줄 모르고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규정에 따라 사업승인과 산림형질변경허가를 내줬다"고 변명하고 있다. 당초 군위군은 지난해 12월초 시행자 김씨에게 이 일대 3천여평에 대한 형질변경및 사업계획을 승인했으며 올 5월 공장및 부대시설 신축공사 건축허가를 해주었다.

이같은 소식을 듣고 23일 현장을 답사한 문화재지키기시민모임(공동대표 김계숙.최인숙)은 규탄성명서를 발표, 개발이익을 이유로 문화재 파괴를 조장한 군위군의 무책임한 처사를 비난하고 원인규명과 관련자 처벌, 관계당국의 대책수립을 촉구했다.

영남대 박물관 양도영 학예연구원은 "국유지여서 어느 고분군보다 보존이 더 양호할 줄 알았는데어떻게 당국이 유적지인 줄 알면서도 민간에 팔아넘길 수 있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경북도와 문화재관리국의 조속한 발굴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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