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발굴...여성운동 대구.경북 1백년(40) 분단시대 여성운동(하)

"민족이 해방을 맞이하였으니 이중으로 압박을 당하던 우리 여성들도 이제는 당당한 자유국민으로 신생 민주국가를 건설함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면 정당조직이 급선무이다"해방이후 아직 선진국에서도 나타난적이 없었던 여자국민당을 창설한 주역 임영신(초대 당수)의일갈로 시작된 여자만의 정당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윤보선씨 댁 안채 대청에서 창당대회가 열린이래 순식간에 30만명의 당원을 확보한 특수 정당으로 비약하였다.

모스크바 삼상회의에서 '한국을 10년간 신탁통치하에 둔다'는 결정이 발표되자 여자국민당은 격렬한 반대운동의 선봉에 섰다. 임영신 당수를 비롯한 여자국민당원들은 '신탁통치 절대반대'를 외치면 전국적인 데모를 일으켰다.

46년 1월 미소 양군이 신탁통치를 위한 남북협상을 벌이기 위해 서울 중앙청에 모일 적에 1천여명의 여자국민당 당원이 영하 23도를 무릅쓰고 혹은 어린애를 업거나 손목을 붙잡고 남대문에서부터 덕수궁을 거쳐 중앙청에 이르기까지 장사진을 이루며 반대데모를 한 결과, 미소공동위원회는 결렬되고 신탁통치 문제를 해소시켰다.

여성이 힘을 모아 남성으로만 이룰 수 없는 민주사회를 건설하고,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그릇됨을 배제하고, 근로자 및 여성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건전한 민주경제를 확립하자며 결성된 여자국민당이었지만 도당 조직은 그처럼 투철한 이론과 투지로 무장하지는 못했다.

여자국민당 경북도당(지부장 김선인)의 창당 주역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여 정당의 정강정책에 대한 확고부동한 신념이나 이념보다는 36년간 억눌렸던 자유를 되찾은 기쁨에서 그저 정치단체의 성질이나 목표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한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상황이었다.

그러기에 경북도당 결성식에서는 '이승만 박사를 국부로 받들자'는 중앙당의 일방적 지시에 대한비토나 의론수렴없이 그대로 가결시키는 무모함을 보였다.

그러나 여자국민당 경북도당원들과 기독교건국부인회(45년8월16일, 대구에서 결성, 창립멤버 김선인 이명득 한신덕 등, 39회 참조)는 8월 27일 대구역 열차충돌 사건이 일어나자 사상자 구호 및위문사업에 임했다. 북한에서 내려오는 피난민을 실은 열차와 부산에서 출발하여 서울을 향해 달려가는 해외귀국동포를 태운 열차가 대구역에서 맞부딪혔던 것이다. 이때 사망자만 72명이었고,부상자는 헤아릴 수 없는 대형사고로 대구시내 각 병원에 부상자가 분산되어 입원했으므로 부인들은 이들을 분담해서 간호했다.

1946년 12월3일, 미군정 당시 중앙정부의 부녀국장이었던 고황경이 대구에 내려와 대구지역내 28명의 여성지도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좌담회를 열자 김순애 여사가 제안하여 한신덕(대한부인회경북도본부 초대 부회장) 등 여성지도자들이 모두 찬성했다.

그러나 부녀행정을 전담할 기구도 없었고, 조직적인 여성단체도 없었으므로 흐지부지되고 말았으나 이듬해 10월27일 부녀업무를 전담하는 행정기구로서 경북 도청에 부녀계가 설치되어 모자보호시설을 만들고 수예기술을 가르쳐 부녀들에게 가정부업으로 수입을 올리게 하였다.초대 경북도청 부녀계장은 영화배우이자 정치인 신성일씨(현 한나라당 동구지구장.본명 강신성일)의 모친 김연주씨가 발탁됐다. 김연주씨는 올해 작고했다.

경북도 부녀계가 설치되기 몇달전인 47년 4월에는 김철안(1954년 제3대 국회의원, 58년 제4대 국회의원) 김소분(전 한국부인회 경북도지부 대구시지부장) 등이 대동청년단에 참여하여 여성단원들이 구국 일념으로 새벽훈련을 맹렬히 시작하자 일부에서는 연약한 여성들의 투지에 놀라기도했다.

1949년 4월13일 독립촉성애국부인회의 조직과 멤버들이 그대로 옮겨져 대한부인회가 발족됐으며초대회장에 김선인, 부회장에 한신덕.노복선 등이 선출돼 문맹여성들에게 한글을 깨쳐주었다.전쟁이 터진 뒤인 1950년 9월에는 피난정부가 대구에 있을때 김철안 김소분 김정례 이희호 조애실 오상복 등이 중심이 된 대한여자청년단을 조직, 모윤숙을 단장으로 추대하고 경북지부는 김소분이 단장 책임을 맡았다.

50년대 후반기에는 대한부인회에서 경찰국장.시장.검찰지청장.지방법원장등을 고문으로 위촉하고,자매단체인 여자청년단 경북지단내에 부녀상담소를 설치, 윤락여성을 예방단속하는 일을 전담했다.

한편으로는 한신덕.손명순.이명득.노복선.남동순.이옥분.송금순.오경순.정복향.김숭배 등 여성지도자들이 농촌지역 여성들을 대상으로 생활개선과 부업장려에 앞장섰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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