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권기홍(영남대교수 경제학과)

엊그제 이땅의 자녀들이 또 한차례 전쟁을 치렀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때이른 한파가 우리자녀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 것도 예년과 마찬가지였다. 온세상이 변화하고 있는데도 참으로변하지 않는 게 있다. 매년 이맘때면 초겨울의 한반도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입시경쟁의 열풍이 바로 그것이다. 2002학년도부터는 대입제도가 전면적으로 개혁된다니 그때쯤이면 뭐가 좀달라지려나?

대학입시를 둘러싼 과잉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니 입시경쟁만이 아니다. 요즘들어 세계화 시대의 무한경쟁을 운위하지만 우리네는 사실 세계화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60년대부터 이미이웃간의 무한경쟁에 내몰린채 정신없이 살아왔다. 그 결과가 국제경쟁력의 부족이요, 그 결과가IMF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경쟁의 달인들이 어쩌다 국제경쟁의 낙오자가 되고 말았단 말인가.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경쟁도 경쟁 나름이다. 외줄서기 경쟁, 눈치보기 경쟁, 이웃 잡아먹기 경쟁, 제살 뜯어먹기 경쟁으로 국제경쟁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우리는 그동안 이렇듯 천박하고 소아적인 야만적 경쟁속에매몰된 채 스스로 자기 왜소화의 길을 달려왔던 것이다. 그 전형이 다름아닌 대학입시를 둘러싼전국민적 과잉경쟁이었다. 이러한 경쟁풍토도 그동안은 일정하게 순기능을 담당해 왔던 게 사실이다. 공동체적 문화나 사회보편적인 가치를 잊고 살아온지 오랜 우리네에게 그나마 성적순에 따른 줄세우기가 사회적 승복을 가능케하는 유일한 권위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그러나 이제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아니 벌써 엄청나게 달라져 버렸다. 오기와 한풀이의 시대는갔다. 전통적 출세주의의 수직적 신분상승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사회적 역동성을 동원하던 시대는 갔다. 이제 우리의 경쟁풍토도 달라져야 한다. 그야말로 '국제'경쟁의 풍토로 바뀌어야 한다.국제경쟁의 요체는 문화경쟁이다. 국민 개개인의 전문적 소양과 교양, 국가사회 전체의 문화적 격조가 현대적 국제경쟁의 핵이다. 경쟁의 야만성을 탈피하고 문화경쟁의 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은 그동안 잊고 살아온 사회보편적인 가치체계의 재확립에 있다. 우리의 교육도 이런 차원에서재점검되고 개혁되어야 한다.

참여민주주의 시대를 꽃피울 민주시민의 양성이야말로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일차적 과제다.이것이 단순한 추상적 민주주의 이론교육을 통해 달성될 수 없는 과제임은 자명하다. 이러한 과제는 국민통합을 지향하는 교육구조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국민통합의 바탕위에서만 진정한 민주시민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통합은 모든국민의 주체화를 의미한다. 모든 국민이 스스로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주체적 자기계발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자기계발을 사회적으로 가능케 하는 구조가 곧 교육이다.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꾸더라도 국민통합의 교육구조가 정착되지 않는 한 천박한 경쟁풍토는 개선될 리 없다. 입시경쟁 일변도의 교육으로는 민주적이고 주체적인 세계시민을 양성할 수 없다. 엄청난 낭비일 뿐이다. 이러한 낭비를 방치한 채 국제경쟁력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애시당초 넌센스다. 교육이 개혁되어야 한다. 모든 이에게 자기계발의 기회를 부여하는 교육구조로 개편되어야한다. 이것은 단순한 당위적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시대적 소명이다. 새로운 시대의국가적 생존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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