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어처구니 없는 예산안 표류

국회의 내년도예산안심의처리가 법정시한을 넘기고도 여야의 당리당략에 따라 장기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있는 것은 경제위기속에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정치권의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당초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며칠 넘기긴 했어도 계수조정소위에서 여야가 가까스로 예산안조정에 최종합의할듯한 기대를 주었으나 이회창총재 신변보장각서설이 흘러나오면서 그같은 합의가능성이 무산된 것이다.

물론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대립의 표면적 입장은 제2건국위예산, 대구지하철운영비증액요구, 공공사업비삭감폭에대한 이견이나 실질적으론 이총재와 관련한 각서설이 여야의 대립을 격화시키면서예산안처리에 영향을 주고있는 것이다.

한때 국민회의와 자민련을 중심으로 나돌았던 이른바 총풍사건과 관련한 한나라당 이총재의 신변문제와 예산안처리의 빅딜설은 한나라당측이 완강한 부인하고 있으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국민의의혹과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여야총무단이 예산안과 다른 정치사안을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여권정치인들이 그같은 야당측의 연계요구설이 사실인 것처럼 발설하고있는 것을 보면 사실여부의 판단이 헷갈리기도한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총재가 적법한 절차를 갖춘다면 검찰소환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보면 여당이 야당과 이총재 흠집내기를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당측이 야당공격을 위한 잔꾀를 부린 것이라면 이는 너무 좀스럽고비난을 받아 마땅한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예산안처리에 시한을 넘기고도 이같이 사실확인조차 불분명한 각서설문제로 여야가 정쟁에 빠져들고있는 것은 너무나 한심하다. 특히 확실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야당을자극하는 발언을 흘려 예산안처리에 걸림돌을 만들고있는 일부 여권 정치인들은 무책임하기 짝이없어 보인다.

소신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예산안처리와 신변문제를 연계하려는 것이 사실일 경우 이를 확실하게지적하고 분명하게 반대의사를 밝혀야 옳다. 그렇지못하고 무책임하게 언론에 흘리기로 중대한예산문제를 꼬이게하는 것은 정치장난꾼같은 인상을 줄 뿐이다.

어쨌든 여야는 당략적 정쟁의 입장을 벗어나 민생문제와 국난극복의 과제가 걸린 내년예산안을조속히 처리해야한다. 각서설의 진상문제는 예산안처리후에 규명해도 늦지않다.특히 쟁점사항이 되고있는 예산안의 문제는 합리적으로 처리돼야할 것이다. 정쟁의 감정적 앙금이 개입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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