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산갤러리 개관기획전-잊혀진 작가 전영발 작품전

어린 천재화가의 고독한 자화상인가.

어느 잊혀진 작가의 작은 전시회, 그것도 30여년전 청소년기때 그린 작품들이 요즘 대구미술계에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어 화제이다.

'전영발(全榮發) 작품전'. 지난달 팔공산자락에서 문을 연 공산갤러리(관장 이희수)의 개관기획전으로 연말까지 열리고 있는 이 전시회가 지역작가들과 애호가들사이에 조용한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전영발씨(53)는 영남대 미대와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았던 촉망받는 청년화가였다. 당시 선후배 미술학도들중에서 전씨는 전설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었으나 70년대중반 갑자기 붓을 꺾고 지금껏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영남대 미대 출신인 이희수씨(56, 영진전문대 환경조형계 겸임교수)가 화랑개관을앞두고 우연히 후배인 전씨의 옛 스케치북을 보다 독특한 예술성의 그림들을 발견, 설득끝에 가까스로 세상밖으로 나오도록 한것.

42점의 전시작품은 모두 작가가 중3때였던 1962년도부터 65년도사이의 작품. 대부분은 스케치북에 그린 크레용화이며 유화 4점, 드로잉 4점 등이 포함돼 있다.

막다른 길과 벽으로 유추되는 형상이 전편에 부호처럼 깔린 작품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단순화, 변형돼가며, 외부를 향한 관심이 자신에게로 쏠리기 시작하고 군중에게서 도망치는 한 남자의 놀란 눈, 통속에 갇힌 남자 등 한 소년의 고독하고 치열한 내면적 성장기를 읽게 한다. 구상에서 추상까지 거침없이 오가는 그의 그림은 치밀한 역학적 구조와 밀도있는 조형감각, 세련된색채구사력을 보이고 있다.

미술관계자들은 "그는 이미 10대때 정점에 도달했으며,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자적인 세계를형성했다 "고 평하고 있다. "청소년기때 이만한 작품량과 예술성을 갖춘 경우는 적어도 국내 미술사에서는 보기드문 예"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않다.

작품에 매료된 애호가들이 구입을 원하지만 전씨는 거부하고 있다. 미술관계자들은 "전씨의 독특한 예술세계는 미학적, 미술사적 관점에서 연구돼야할것 "이라고 입을 모으고 미술관 등에서 소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문의 984-0289.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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